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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 정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10 선거로 구성된 국회가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 시행한 것이 48년 7월17일로서 올해로 꼭 22년이 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여‥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이 선거된 대표로써 구성된 국회에서…헌법을 제정한다』고 엄숙히 선언했던 것이다.
이 헌법은 그 동안 6차에 걸친 개헌 과정에서 거의 전면 고정되었으며 헌법의 정신을 제외하고는 동일성을 찾기조차 어렵게된 형편이다. 그 동안 수협의 개헌이 대부분 권력 남조의 변혁에만 치중했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소홀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불행히도 과거 우리의 헌정은 역대 위정자들의 지나친 변리주의적 헌법 운영 때문에 국민들은 헌법 제정의 근본 취지가 국민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영원히 확보코자하는데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헌법을 통치 권력의 행사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게 되고, 제헌절은 여름철의 한 공휴일로만 생각하게 된 느낌조차 없지 않다.
그러나 헌법이 제정된지도 22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이러한 본말 전도는 걱정되어야 하겠고, 헌법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시점에서 헌법의 존엄성을 고양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 규범으로서의 헌법이 제 빛을 발휘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법원의 헌법 보장 기능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법부의 헌법 보장 기능이 저해되는 경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한낱 구두 선에 불과하게 될 것이요, 법치 행정의 이념도 무색해질 것이기에 행정부나 입법부는 사법권의 독립과 우위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헌법의 규정을 현실화하여야 할 직접적이고도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 기관 중 특히 손꼽아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회이다. 국회의 입법권은 헌법의 범위 안에서 공공복리와 질서 유지를 위하여서만 행사 돼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우리 국회는 흔히 사리와 당리당락만을 의하여 이를 행사했다는 감이 없지 않다. 제헌 국회는 세계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정당 또 자유로이 선거된 국회에서 이진법을 제정했다』고 선언했는데, 역대 국회는 과연 국민의 의사를 정당하게 반영하고,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만 존재해 왔다고 장담할 수 있을는지 의아스럽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권리를 확보하며, 헌법이 위임한 입법을 하여야할 국회로서 특히 최근의 국회는 개헌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스로 헌법에 정한 지방 자치법이나 인 신 보호법조차 제정하지 않고, 선거법 하나 완전 타결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로 감정 대립만 일으켜, 걸핏하면 난동화하고, 심지어는 행정부의 시녀 운운의 일부 비평까지 받게 되었으니 한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헌절을 맞아 모든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청렴한 공사 생활을 통해 애국 정신의 모범을 보여준 제헌 의원들의 귀감을 본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정부도 오늘의 서정백반이 과연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발전』을 기하겠다고 말한 헌법 전문과 또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것을 약속한 헌법 조항에 쫓아 부끄럼 없이 시행되고 있는가를 반성해야만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 중에 행여나 입법주의나 법치주의를 거추장스러운 장식물로 생각하는 풍조가 없는가를 반성해보는 것도 이번 22회 제헌절을 뜻 있게 보내는 소이가 될 것이다. 국민들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과감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요, 위헌적인 입법이나 행정에는 적극적으로 사법적인 구제를 받도록 하여 헌법의 옹호자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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