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 8군 PX에 큰 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9일 하오 8시 20분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미 8군사 내 PX창고에서 원인 모를 불이나 「블록」으로 된 물품창고 4동 (연건평 1천 5백여평)과 창고 안에 있던 약 3억 5천만원 상당(미군 당국 추산)의 물품을 전소하고 「메인」PX건물 일부를 불태운 뒤 약 5시간만에 꺼졌다.
이 창고는 주한미군이 각 부대에 공급하는 각종 전기기구·「카메라」·의류·식료품 등 PX 물품을 보관하는 대규모의 창고인데 69년 4월 26일에도 불이 나, 약 1억원 상당의 피해를 냈었다.
불이 난 창고는 상오 11시부터 문을 열고 하오 6시 이후에는 문을 닫고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진화 작업을 하던 용산 소방서 직할 파출소 소장 신현영 경위(44)가 지붕에서 떨어져 중상, 미군 소방관 「잔·조던」병장(21)과 문관 「루터·터드」씨(46) 등 2명이 물건을 건지러 들어갔다가 연기에 질식, 미 8군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화인을 누전으로 보고 있으나 방화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이날 밤 불을 맨 먼저 발견한 경비원 이영일씨(40)에 의하면 PX 철조망 밖에서 경비를 하던 이씨가 맥주 판매부 「퀀시트」와 창고의 「스테레오·섹션」(전기 기구부) 사이의 지붕 위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보고 약 50m 떨어진 초소로 달려가 미 8군 소방서와 헌병대에 전화로 알린 뒤 약 3분만에 돌아왔을 때는 불꽃이 창고 지붕전체를 휩쓸고 있었다고 했다.
불이 나자 약 5분 뒤에 용산 소방서에서 소방차 2대가 출동했고 곧이어 서울 시내 각 소방서의 소방차 40여대와 소방관 1백 50명, 경찰관 30명, 수도경비사 헌병 40명 등이 출동했고 약 20분 뒤에 미 8군 소방차 12대와 미 헌병 35명 등이 나왔으나 미군 당국은 처음 약 1시간 동안은 한국인의 출입과 한국소방차의 접근을 통제, 진화 작업이 늦어졌다.
불길이 「메인」PX까지 번지자 미군 1백여 명이 「메인」 PX정문을 열고 한 줄로 늘어서서 물건을 끄집어내기에 바빴지만 창고 속에서 화학성 물품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 「개스」때문에 접근을 못하고 물품을 고스란히 태우고 말았다.

<소방관엔 몸수색>
9일 밤 미 8군 PX 화재 현장에 출동, 약 5시간에 걸친 진화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려던 우리나라 소방관 86명과 36대의 소방차는 정문에 늘어선 10여명의 미군 헌병들로부터 약 50분 동안 몸수색을 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