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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감축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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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든 얘기가 트여 있던 두 나라. 그래서 한국과 미국은 가장 가까운 맹방이라고 했다.
그 가까운 미국이 해외 주둔군 감축, 대외 무기 판매법 수정, 직물 수입 제한 입법이라는 세 가지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에 대한 예외적 고려를 명백히 하지 않음으로써 정부는 대미 외교에 새 과제를 안게됐다.
갑작스레 몰린 이 세 가지 모두가 한국의 안전과 경제에 직결되는 문제다.
이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는 것은 우리에게 실로 중대하다.
한미 관계에 던져진 세개의 시험제를 한국의 이해에 견주어 그 우상을 묶어본다.
닉슨 미국 대통령의 「괌」도 선언이래 서서히 확산되어온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지난 5일 사이공에서 열린 최규하 외무장관과 로저즈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6일의 정 총리-포터 대사간의 회담에서 미국 정부의 감축 계획이 통고됨으로써 어떻게든 처리해야할 현실 문제로 「클로즈· 업」되었다.
주한 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을 대폭 감축하려는 미 정부의 계획은 68년이래 매년30억 달러씩 감소되는 국방 예산의 축소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주둔군 1백22만 명을 포함하여 현재 3백15만 명인 미군을 75년까지 2백60만명으로 줄일 계획이 짜여져 있다.
미국 안에 팽배해 있는 반전 무드를 타고 앉은 채 다음 선거를 치러야할 닉슨 행정부의 정책적 고려나 상원 안에 우세한 비둘기파의 억센 견제가 해외 주둔군 감축의 저변에 깔려있는 점에서 미루어본다면 주한미군의 감축은 돌이키기 어려운 풍향인지도 모른다.
69년6월 닉슨 대통령의 「괌· 독트린」이 있은 직후 레어드 국방장관의 발언, 70년3월10일 하원 세출위의 비밀 증언, 사이밍턴 청문회 등에서 그 풍향은 서서히 강도를 더해왔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한국의 주변 정세와 한국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지난 4월 주은래-김일성 공동 성명 이후 중공은 북괴와 정당히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군의 철수는 힘의 균형 면에서 적의 오산을 일으켜 오산에 의한 전쟁을 유발하게될 위험이 있다. 이점은 감군 계획이 미 정부 당국자에 의해 표명되어 오는 동안 한국 정부가 외교 「채늘」을 통해 누차 설명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은 소련이나 중공에 대한 대국간의 견제로써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견지에서 한국 측과 견해를 달리한 것 같다. 말하자면 정세 평가에서 큰 거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감군이 실현될 경우 미칠 경제적인 영향이나 사회적인 영향도 중대하지만 그것은 2차적인 것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연간 1억5천만 달러 (물품 용역·건설 군납 1억과 미군의 원화 매입 5천만 달러) 나 4만명에 이르는 고용은 감군에 따르는 군원 자금 투입이나 군수 산업이 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차적인 것은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성실성이며 그리고 거기서 생기는 공동 방위 의식 의 퇴색이다.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한미 양국간의 사전 협의는 오는 21일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국방 각료 회담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최-로저즈 회담에서도 미 측은 사전 협의를 약속했고 정부는 이에 대비해서 일정을 하루 앞당겨 8일 저녁 귀국한 최 외무로부터 미 측의 명백한 입장을 설명 듣고 대책을 강구하고있다.
정부의 입장은 한미 방위 조약 제4조 (병력의 배비)에 따라 감군은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해야 하며 최소한 제3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76년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미 측에도 충분히 전달되어 있다.
이른바 사전협의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이나 한국의 정세 평가를 얼마만큼 경청하느냐가 우선 문제다.
감축이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라고 하더라도 그 「경청」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규모의 축소와 시기의 연장이다. 타이딩스 의원의 주장 같은 게 미 행정부에 먹혀들어 갔다면 미군 l개 사단이 철수하리라고 봐야하는데 사전협의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주목된다. 또 시기에 대해서는 미국의 선거전의 막을 올릴 72년 초를 중심으로,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냐 그때까지 끝날 것이냐가 문제다.
그리고 사전협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축 그 자체보다도 감축에 따르는 상응 보강문제다.
주한군 감축에 뒤이은 미국 정부의 한국 방위력 강화 계획에 관해 미국의 유력지가 이미 보도한바 있지만, 그 보도는 감축을 기점 사실화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자주 국방 실현도 그 방식과 속도가 규모에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의 아시아』라는 얘기는 물론 아시아의 자주와 협력을 내거는 것이지만 그것이 아시아에 대한 부담을 미국이 성급히 덜려는 타산에서 운위될 가능성도 많다. 이 구호 아래서 한국 방위력 강화가 검토된다면 방위 체제나 군수 산업이 기묘한 다원성을 띨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자주 국방 실현의 방식이 사전협의에서 중요한 대목일수 밖에 없다.
또 자주 국방을 이룩하는 시기도 감군과 진도를 맞추느냐 또는 감축의 전이나 이후가 되느냐에 따라 시간적인 허·실이 가름되는 셈이다.
감축 그 자체와 감축의 상응 보강책에 관해 「호놀룰루」회담이 윤곽을 잡기까지 양국간의 절충은 숱한 고비를 넘어야할 것 같다. 정세의 평가에서부터 방위력 강화의 조건 판단에 걸친 두 나라의 견해차를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은 한미 외교에 새 전기를 긋는다고 봐야한다.
(상) 미군 감축 문제
(중)대외 무기 판매법 수정
(하)직물 수입 제한 계획

<윤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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