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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짚은 윌슨 점괘|영 총선의 이변 12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전통 있는 여론 조사와 정밀을 자랑하는 전자계산기까지 점괘를 헛 짚은 지난번 영국 총선거에는 숱한 뒷 얘기가 아직도 꼬리를 이어 나오고 있다. 「선데이·타임즈」지의 「니콜라스·터멜린」기자는 개표가 시작된 뒤 『윌슨의 셈 본』이 깨어지기까지의 12시간을 다음과 같이 메모했다.
18일 밤 8시=투표는 한시간 전에 끝났다. 자기 선거구인 「후이턴」에 있는 그에게는 『투표가 끝났다』는 것이 바로 『재집권에 필요한 첫번째 절차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9시=「리버풀」의 「애덜피·호텔」에서 12명의 기자들과 저녁 식사. 기자들은 모두 할 일이 다 끝났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 기자는 수분 전에 『「윌슨」수상의 압승과 그 배경』이란 제목의 해설 기사를 본사에 송고 했노라고 자랑했다.
「윌슨」의 공보 담당 보좌관 「윌·캠프」만이 『불안하다』고 말했지만 그 이유도 『전날 밤에 보수당이 이기는 꿈을 꿨기 때문』이었다.
10시=「애덜피·호텔」101호실에서 몇몇 당직자 및 부인과 함께 담소. 할 일이라고는 『승리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인 것처럼 보였다.
11시=수상이 TV 앞에 자리 잡고 앉자 할 일 없이 앉아 있던 기자들도 모두 퇴장. 15분께 「샐포드·웨스트」구의 중간 발표가 방송되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
같은 시각 아래층 「로비」에서 TV를 보고 있던 기자들은 얼굴이 노래져서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새로 써야겠군』『벌써 윤전기가 돌기 시작했을 텐데… 할 수 없지. 오늘 기사는 전부 정반대로 읽어 달라고 호외를 내는 수밖에-.』
18일 자정=불과 40분만에 문제는 『얼마 차이로 지느냐』로 급 전환. 비서가 「호텔」 문 앞에 차를 대기시켜 예정대로 「후이턴」에 갈 듯이 보였지만 「윌슨」은 TV 앞을 끝내 떠나지 못했다.
19일 상오 1시=마침내 TV 앞을 떠나 대기시켜 놓은 차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TV 방송의 예측보다 훨씬 정확하게 노동당의 참패를 얘기해 줬다. 10분께 자기 선거구인 「후이턴」의 개표소에 도착, 밤을 새우고 있는 지구당원들게 손을 흔들며 애써 미소지었다.
2시=15분께 수행 기자들과 회견. 곧 이어 「후이턴」노동자 구락부로 차를 몰았으나 클럽에는 불과 40여명만이 남아서 패장을 맞았다.
3시=클럽 연단에 올라서서 「후이턴」구의 노동자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짤막한 연설. 한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박수를 쳐줘야 할 노동자들이 뒷짐을 지고 침묵하자 수행 기자들이 박수를 보낸 것이다. 영국 선거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30. 런던을 향해 출발. 『12대의 패장 행렬』을 에스코트하던 2대의 경찰차도 20분 뒤에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5시=버밍엄 북쪽에서 잠시 멈췄지만 곧 출발, 윌슨은 런던에 닿을 때까지 계속 잤다.
6시=40분께 「런던」 북쪽 「콜린데일」에서 잠시 스톱. 「윌슨」이 일어나서 그의 심벌인 파이프 담배를 피워 물었지만 수행 기자들은 너무 가까이 가는 것이 『실례될까봐』 그냥 지나쳐 버렸다.
50분. 경찰 차가 한 대 왔지만 차 속에 앉아 있는 사람이 수상이라는 것을 몰랐던지 에스코트도 하지 않고 그냥 가 버렸다.
7시=「다우닝」가 10번지 수상 관저 앞에 도착한 것이 10분. 몰려든 군중과 TV「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하녀가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며 앞장섰지만 방마다 이삿짐이 쌓여 있었다. 비서들이 밤을 새며 꾸렸던 것이다.
8시=식당에서 아침 식사. 수상 관저의 주인으로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슬픈 조반』이었지만 윌슨의 식욕은 여전했다. 『이사 갈 집을 하나 구해야 될텐데….』
빵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도시 먹지를 못하는 보좌관들에게 「윌슨」이 말했다.
『「웨스트민스터 쪽이 좋겠지. 진작 구해 놓을 걸 그랬어….』 【선데이·타임즈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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