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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회장 "잘못 있으면 처벌 받아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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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SK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수사가 21일 최태원 SK㈜ 회장 소환으로 피크를 맞았다.

처음부터 崔회장을 "이번 수사의 핵심이자 목표"라고 공언해온 검찰로서는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는 셈이다.

崔회장과 일부 책임있는 계열사 사장들의 사법처리로 이번 수사가 일단락될 것이라고 검찰은 말한다.

박영수 서울지검 2차장검사는 "崔회장의 혐의는 처음 얘기한 두 가지(주식 맞교환과 이면계약)"라고 다시 못박았다. 이날 새로 불거진 해외 주식 은닉 행위에 대해선 "지엽적인 것"이라며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주식 맞교환이 대기업들의 관행이라는 崔회장 측의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태도다.

崔회장이 SK그룹 구조조정본부를 동원해 ▶워커힐 호텔과 SK㈜ 주식 맞교환▶JP모건과의 이면 계약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는 것이다.

崔회장은 오전 9시57분 체어맨 승용차로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이인규 형사9부장실로 갔다.

그 직전 포토라인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또 "앞으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면 더 성숙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좋은 지배구조를 갖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해 구속을 각오한 듯한 인상도 풍겼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죠"라고 짧게 답했다.

崔회장은 이인규 부장실에서 잠시 차를 마실 때 "다른 사람들은 다치지 않게 해달라. 기업하는 사람들은 남아 있어야 한다"며 회사 임원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먼저 이석환 주임검사로부터 JP모건 이면계약 부분을 추궁받았고, 저녁 늦게 한동훈 검사 방으로 옮겨 주식 맞교환 부분을 강도높게 조사받았다. 점심은 수사팀이 배달시킨 4천5백원짜리 설렁탕으로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혐의들을 추궁하자 '세법 규정상 정당한 거래였다'는 주장을 폈지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들을 들이대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혐의를 시인 했다"고 전했다.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그는 조사실 내 간이 침대에서 휴식했다. 수사 관계자는 "특별대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일단 노무현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이전에 수사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재계 3위 대기업 오너에 대한 전격 수사를 놓고 이후에도 이런저런 추측들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른 대기업으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 등이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여론의 동향이 거기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적지 않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몇몇 그룹의 분식회계 사건 등이 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더기 압수수색 등 SK를 거침없이 밀어붙인 검찰의 수사 태도, 그리고 순순히 응하는 崔회장의 모습을 놓고 다른 추측도 나온다. "검찰이 崔회장이 꼼짝 못할 또 다른 혐의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계열사가 타격을 입을 내용"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얘기도 나온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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