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영화] MBC '트루먼 쇼'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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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인생은 쇼에 불과했다

트루먼 쇼(MBC 밤 11시 10분)

나의 삶이 TV로 24시간 생방송되는 쇼에 불과했다면? 더 기막힌 것은 30년이 넘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는 점이다. 수년간 같은 침대를 쓰던 아내도 알고 보니 배우였고 그간 우연히 일어났던 사건들이 모두 이 쇼를 이어가기 위한 술책이었다니…. ‘트루먼 쇼’는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과 짐 캐리의 뛰어난 연기에 힘입어 전세계적인 호응을 얻은 영화다.

‘에이스 벤추라’‘마스크’‘덤 앤 더머’를 통해 캐리를 단순히 슬랩스틱 코미디의 역겨운 귀재 정도로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자. 캐리는 사뭇 진지하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줘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트루먼 쇼’의 PD로 나오는 에드 해리스의 서늘한 눈빛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트루먼(짐 캐리)는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익사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길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끌려간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생방송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아내를 포함한 주변 인물은 모조리 배우다. 물론 트루먼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대학 시절 이상형이었던 실비아(나타샤 매켈혼)를 만난 그는 그의 모든 생활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트루먼은 탈출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가족이나 친구도 믿을 수가 없다. 그는 가까스로 바다로 나간다. 쇼 제작자인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트루먼이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음을 이용해 돌아오게 하려고 하지만 그는 결국 진정한 자유를 되찾는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든 피터 위어가 감독했다. 원제 The Truman Show. 1998년작. 12세 이상 시청가. ★★★★(만점 ★5개)

*** 핵잠수함이 사라졌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KBS2 밤 10시 50분)

1973년 ‘죽느냐 사느냐’로 첩보원 생활을 시작한 로저 무어가 주연한 007 시리즈 제10탄.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위치를 확고히 한 성공작이다. 007 시리즈의 제작자인 앨버트 브로콜리는 이 영화가 실패하면 더이상 시리즈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영국과 소련의 핵잠수함이 동시에 사라진다. 세계적 갑부인 칼 스트롬버그(커드 유겐스)가 세계를 파멸에 몰아넣기 위해 일을 꾸민 것. 영국과 소련은 합동으로 스트롬버그의 음모를 파헤치기로 하고 본드를 파견한다. 감독 루이스 길버트. 원제 The Spy Who Loved Me. 1977년작. 15세. ★★★☆

*** 여성운동가의 탄생 과정

노마 레이(EBS 밤 10시)

겁 많던 한 여성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하는 열혈 운동가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실존했던 여성 운동가 크리스털 리 조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노마 레이 역을 연기한 샐리 필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와 칸을 석권했다. 노마 레이는 앨라바마의 방직 공장 노동자다. 소심하고 평범한 그녀는 뉴욕에서 내려온 노조 관계자 루벤(론 리브니)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노마의 남편 서니(보 브리지스)는 아내와 루벤의 사이를 의심한다. 노마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공장 파업을 주도해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키는데…. 감독 마틴 리트. 원제 Norma Rae. 1979년작. 19세. ★★★☆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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