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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갈등설 진원지 감사위원직에 양 원장도 교수 3명 후보 추천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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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01면

지난 23일 전격 사임한 양건 감사원장이 청와대와 인사갈등을 빚은 끝에 물러났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양 원장도 갈등의 발단이었던 감사위원 직에 교수 3명을 추천했다고 감사원 고위 관계자가 24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 원장이 추천한 인사들은 정치권 인사들이 아니라 모두 교수인 걸로 안다. 다만 이 중 한 사람은 검증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양건 감사원장 전격 사임 배경 뭔가

이에 앞서 한 언론에 따르면 양 원장은 김인철 전 감사위원이 지난 6월 사퇴하며 생긴 후임 인사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으며, 이것이 사퇴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장훈 중앙대 교수를 후임으로 밀었지만 양 원장은 장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한 전력을 들어 반대하다 스스로 사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김 전 감사위원도 이명박정부의 자문위원 출신인데, 양 원장이 제청해 임명된 인사”라며 “장 교수와 김 전 위원 사이에 차이가 없는 만큼 양 원장이 인사 문제로 사임했다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은 앞으로 2년 동안 이명박정부의 각종 사업을 감사하는 게 핵심 업무”라며 “양 전 원장으로선 무슨 감사 결과를 내놓아도 ‘전임 정부를 때려 현 정부에 잘 보이려는 의도’란 비판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사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가까운 여권 핵심 관계자도 “인사갈등은 지엽적인 것이고, 사임의 진짜 이유는 감사원이 세 차례 실시한 4대 강 감사 때마다 말을 바꾸면서 일게 된 ‘정치 감사’ 논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 원장의 임명에 앞장섰던 이명박정부 인사들이 양 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안다. 양 원장도 곤혹스러워하며 타이밍을 보다가 인사문제를 명분으로 삼아 사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23일 오후 감사원 사무총장을 불러 사표를 낸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감사원을 잘 부탁한다. 열심히 일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감사원장 비서실장이 사퇴 이유를 물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한 뒤 감사원 측과도 접촉을 끊었다.

청와대는 24일 양 원장의 사퇴와 관련,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4대 강 감사 번복으로 궁지에 몰린 양 원장이 인사문제를 핑계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분노하는 분위기다. 후임 감사원장엔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언론에 후보로 보도되는 순간 임명 가능성은 사라진다”며 일축했다. 그는 “신임 감사원장이 결정되려면 검증 과정까지 포함해 두 달쯤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24일 청와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쟁점화할 뜻을 비쳤다. 김영근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대통령 인수위원이었던 제 사람을 심기 위한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는 명백한 감사원에 대한 정치개입 행위”라고 논평했다.

한편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연돼온 공공기관장 인사와 관련, 청와대는 최근 공직기강팀을 77명으로 확대하고 3배수였던 후보 추천을 6배수로 늘려 검증작업을 대폭 강화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 고위직 인선 실패를 막기 위해 국정원국세청경찰·검찰 등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검증 인원을 크게 늘렸고 후보군 숫자도 두 배로 늘렸다”며 “하지만 공공기관장 후보군 가운데 교수는 논문 표절, 정치인·기업인은 위장전입이나 탈세 같은 흠결이 많다. 또 공직을 사양하는 이도 많아 결국 관료들이 대부분 후보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휘하에서 공공기관장 인사의 가닥이 잡혔으나 허 전 실장이 이달 초 갑자기 물러나면서 신임 김기춘 비서실장이 다시 인사자료를 검토 중”이라며 “최근 검증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르면 다음달 초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전후해 순차적으로 인사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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