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데스크에 비친 그 실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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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당소속 국회의원 J씨에게 구인장이 발부되어 정계의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당시 J의원의 형사사건을 심리했던 K판사는 4차례나 소환장을 냈으나 그때마다 정당한 이유없이 소환에 응하지않아 구인장을 발부, 잠시나마 쇠고랑을 차게 된 것이다.
K판사는 『피고인이 국사를 논의하는 국회의원의 신분이지만 법원의 출두명령을 우습게 생각하는 풍조는 없어져야 한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은 다음 『언제든지 법원의 소환이 있을 때는 응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석방했다.
지난 3월 정부와 모당의 고위층의 이름을 빌어 융자알선을 해주겠다고 속여 거액의 부동산을 사취했던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동산 사기단에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유수한 기업체의 장들이며 일부 사립대학의 재단들도 적지않은 피해를 입었다.
고위층의 이름을 파는 사기사건이 늘어만가는 것은 『정부고위층과 선이 닿았다』는 말한마디에 정신을 못 차리는 권력숭배의 풍조가 아직도 가시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를 나쁘게 활용할 때 『세도를 핀다』고 풀이된다.
이와같은 세도는 어떤 위치에 있는 본인보다는 가족, 친지, 부하직원들에 의해서 남용되기 일쑤이며 상대방이 이를 기정사실로 인정할 때 곧잘 세도의 풍조가 늘어가는 것이다.
특히 권력과 금력에는 세도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재산께나 모았다고 알려진 S씨가 S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전매청직원에게 단속을 당하자 폭행을 한일이 있었다.
S씨가 피웠던 시가는 양담배였으나 그는 『서울에서 열렸던 국제회의때 참석한 외국인 친구로부터 선사받은 것』이라고 검문을 피하다가 끝내 폭행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공무집행을 하다가 폭행을 당하고 차안에 강제로 감금됐던 전매청 직원은 S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세도의 표본은 특수차량의 횡포. 특수차량에 대한 단속이 한창이던 지난 3월28일 새벽 1시쯤 서울동대문구신설동 합동검문소에서 통금위반으로 검문을 받던 서울 자1-785×호 코로나는 『고위층의 차를 몰라본다』고 호통, 경찰관과 옥신각신하다가 그 고위층의 세도덕을 봤다. 여자 2명과 남자 5명등 정원을 초과, 7명의 승객을 태운 이 차는 어마어마한 직함을 대어 검문경찰을 움찔케했다.
청와대의 지시로 한때 열을 올렸던 특수차량의 단속도 시일이 지나면서부터 흐지부지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권력과 금력을 뒤에 업은 세도의 영향일까.
인기를 생명으로 하는 일부 연예인들의 자기과신도 애교를 넘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있다. 술만 먹으면 주먹을 과시하는 영화배우 P씨. 연중행사처럼 수사기관에 불려오는 P씨는 폭행사건으로 대검수사국에 연행되어서도 『천하의 나를 몰라보느냐』면서 정문유리창을 깨어 다시 즉심에 넘겨졌다.
커미디언 S시가 성동경찰서에 공무집행방해 및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입건됐다. S씨는 4월13일 밤11시30분쯤 서울성동구금호동 금남시장 앞길에서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불심검문하는 서울시경 제1기동대소속 김모 순경의 멱살을 잡고 『세상이 다 아는 나를 너라고 왜 몰라보느냐』며 호통, 주먹질을 하는등 행패를 부렸다는 것.
봉변을 당한 김순경은 『그가 커미디언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시골서 전출온지 얼마되지않아 S씨를 감히 몰라본 것이 죄였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인기 연예인들이 술에 취하면 때때로 행패를 부리는 것은 평소 자신의 사회적지위에 대한 우월감에서 마치 세도나 얻은 양 우쭐대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세도와 아부는 불가분의 관계다. 자유당 말기에 있었던 가짜 이강석사건은 세도의 풍조를 역이용한 것. 권력과 금력에 무조건 아부하려는 습성이 세도를 기정사실화하게 된다.
세도는 권력의 차이에서도 생겨난다.
지난 5월14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형사실에 나타난 서울지검 김모 서기보는 『경찰관들이 상부기관인 검찰청 직원을 이렇게 푸대접하기냐』면서 서슬이 퍼렇게 호통을 쳤다. 폭행혐의로 연행돼온 김서기보는 『검찰청 직원을 건들어봤자 후에 재미적을 것』이라고 은근히 협박을 하며 진술조서를 받기를 피했다.
보이지 않는 힘인 세도는 공사를 분명히 구별하는데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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