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만 잡으면 천재 … 자폐증 곽성민군의 4번째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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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민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영화 레인맨(Rain Man)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자폐증, 뇌성마비 등 발달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간혹 예술분야 등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고개 전혜영갤러리에서 ‘Be Happy’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곽성민(18)군도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 화가다.

 곽군은 4세가 되면서 발달장애2급인 자폐 진단을 받았다. 사람들과 눈도 잘 못 맞추고 말도 늦었지만 1년 뒤부터는 일기를 쓰듯 매일 드로잉을 할 정도로 미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몇 시간씩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서번트 증후군 증상을 보인 것이다. 이후 부산 예술중학교를 거쳐 현재 서울예술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다. 유치원 때 ‘꼬마 피카소’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곽성민군이 그린 `광안대교 야경`.

 부모는 성민이를 화가로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예술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가 어려웠다. 자폐아가 입학한 전례가 없다는 거였다. 1년 가까이 동래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보내 겨우 입학허가를 받았다. 이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부산시립미술관 지하 1층 시민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지금까지 4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 성민이는 광안대교나 우포늪, 63빌딩 등 자신이 직접 본 주변의 풍경을 수채화 등으로 잘 그린다. 그림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집중을 하기 때문에 유화 등에 비해 완성 시간이 빠른 수채화를 택한 것이다.

 전혜영 관장은 “성민이는 정밀한 관찰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작품을 좋아한다”며 “세밀하고 꼼꼼하게 묘사하지만 자유로움이 작품 속에 그대로 들어 있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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