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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내주 검찰 소환 … 끝을 알 수 없는 원전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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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원전 비리 수사가 ‘왕차관’이라 불리던 이명박정부의 핵심 실세 박영준(53·사진)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까지로 확대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단장 김기동)은 22일 “박 전 차관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구치소(경기도 의왕시)에서 부산구치소(부산시 주례동)로 옮길 것을 오늘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음 주중 박 전 차관을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9478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박 전 차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8·구속 수감)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낸 실세였다. 그가 수사 대상에 오름에 따라 원전 부품업체의 시험성적서 조작에서 출발한 원전 비리 수사는 정·관계가 연루된 ‘게이트’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수사단이 출범한 지 85일 만이다.

 검찰은 ‘영·포(경북 영일·포항) 라인’ 출신 원전 브로커 오희택(55·구속 기소)씨로부터 박 전 차관이 원전 비리에 관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이윤영(51·구속기소)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으로 일하며 박 전 차관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검찰에서 “로비자금 3억원을 이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이 돈은 원전 설비업체인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로비자금으로 오씨가 받은 13억원 중 일부였다. 로비 목적도 한국정수공업이 납품을 잘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오씨는 3억원을 2009년 2월 서울의 한 사찰 주차장에서 5만원권으로 이씨에게 건넸다. 당시 박 전 차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차관급)이었다. 검찰은 이씨에게서도 “돈 일부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박 전 차관의 소환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불러 이씨에게 돈을 받았는지와 그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돈을 댄 한국정수공업이 원전 설비를 납품하도록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에 압력을 넣었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박 전 차관 말고 다른 정·관계 고위층에까지 넓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브로커 오씨가 한국정수공업 이모(75) 회장에게 로비 대상으로 박 전 차관 외에 다른 정·관계 고위 인사의 이름을 거론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씨가 거론한 인사는 이명박정부 때 장관을 지낸 A씨와 당시 국회의원 B씨 등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 박 전 차관 말고는 과거 정·관계 고위 인사를 소환할 만큼 단서나 정황을 잡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기 이르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전 차관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영·포 라인 등과 관련된 또 다른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추가 소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수원 발전본부장 구속=검찰은 이날 배임수재 혐의로 한국수력원자력 박모(61) 발전본부장(전무)을 구속했다. 박 본부장은 2009∼2010년 원전 관련 중소기업 2곳으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이 원전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설비를 공급할 때 자신들이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박 본부장에게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원전 비리와 관련해 뇌물을 받아 구속된 한수원 임원은 김종신(67) 전 한수원 사장과 박 본부장 두 명이 됐다. 김 전 사장은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1억3000만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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