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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열어라 … 9만원대 백화점 한우세트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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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아직 폭염이 가시지 않았지만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가 한창이다. 올 추석은 예년보다 열흘가량 당겨졌기 때문이다.

 불황 탓에 5만원 이하 실속형·중저가 선물세트가 식품·생활용품 업체에서 많이 나왔다.<본지 8월 20일자 b4면> 백화점도 올해 처음으로 10만원 미만 백화점 한우세트가 나오는 등 유통업체들은 ‘불황 속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불고기·국거리로 구성된 ‘한우 순우리 실속 세트(2.4㎏)’를 9만5000원에 내놨다.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이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한우 시세가 오르는 것을 감안해 공급 과잉으로 시세가 낮은 두 달 전에 직거래로 한우를 구매해 가격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현대는 복숭아 선물세트(8만원대)도 처음으로 내놨다. 이른 추석 덕에 복숭아 수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배송 중에 무르기 쉬워 매장에서 직접 구매만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에 처음으로 광주점은 녹색한우세트, 울산점은 울산배세트 등 전국 점포별로 그 지역의 우수 상품으로 구성한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신선도를 높이고 유통비용을 최소화해 가격도 합리적으로 맞춘다는 전략이다. 여수 중앙시장에서 바로 공수해 가공한 제수(祭需) 수산물 세트처럼 전통시장과 연계한 ‘상생세트’도 선보인다. 롯데는 20만원대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기존 55%에서 이번에는 70%로 늘렸다. 동시에 품격 있는 선물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위해 명인명장 선물세트도 예년의 두 배로 늘렸다. 궁중음식 연구가가 만든 약포전복쌈을 장인의 놋그릇과 디자이너의 목함에 담은 ‘좋은날 합자가효’(130g·250만원) 등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종갓집 선물세트를 여럿 내놓았다. 평산신씨 제정공파 35대 종부가 만든 ‘가문의 효 천연식초 세트’(15만원), 일두 정여창 종가의 16대손 며느리인 박흥성 명인이 담근 솔송주(6만원) 등이다. 스테이크·채끝·등심 등으로 구성된 토종 칡한우세트(4.2㎏·65만원)도 판매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1~2인 가구용 식품세트를 내놓았다. 일회용 와인잔(187mL)에 포장한 호주산 와인과 치즈로 구성된 세트(3만5900원), 명품관 내 식품관 고메이494의 미니 제품으로 구성했다. 갤러리아는 추석선물 배달 전에 수령 고객에게 확인해 원하는 경우 같은 금액의 상품권으로 교환해준다. 백화점 선물세트를 예약판매 기간에 구입하면 최대 50% 할인받을 수 있다. 롯데·현대 9월 1일, 신세계 9월 5일, 갤러리아 8월 29일까지다.

 특급호텔들은 호텔의 대표적인 서비스를 상품화한 선물을 내놨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올해 처음으로 객실에서 실제로 쓰는 침구와 매트리스 등을 선물세트로 만들었다. 중역급 비즈니스 여행객이 선호하는 안락한 잠자리를 위해 웨스틴사가 3000만 달러(약 370억원)를 들여 개발했다는 제품으로 헝가리산 거위털로 만든 이불(88만원)과 매트리스(260만7000원) 등이다. JW메리어트호텔서울도 헝가리산 거위털과 최고급 리넨 소재를 사용한 객실 침구세트(135만원)를 판매한다.

 호텔신라는 이탈리아에서 독점 수입해 이 호텔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코바 커피를 선물세트로 만들었다. ‘신라 가배차 세트’(에스프레소 원액 370ml 5병·17만원)는 코바 커피를 8~10시간 더치커피 방식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담은 것이다. 호텔 직원이 직접 수령 고객에게 전달한다.

 올 추석은 유독 호텔 패키지 상품이 많이 나왔다. 최장 9일까지 연휴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추석 차례 음식 마련과 친척맞이에 지친 어머니·아내를 위한 스파 서비스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어린이 고객 서비스, 호텔 인근 쇼핑몰·영화관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리츠칼튼서울은 수페리어디럭스룸 1박과 프랑스식 ‘떼마에 스파’ 2인 이용권이 포함된 패키지를 32만6000원에 내놨다. 콘래드서울은 한복을 입은 어린이 숙박객에게 곰 인형을 준다.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는 오후에 여성 고객을 위해 3단 접시에 디저트를 제공하고 인근 메가박스 영화권 2장 등을 제공하는 추석 패키지(수페리어룸 기준 18만5000원)를 선보인다. 패키지 상품 가격은 모두 세금·봉사료 별도.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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