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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속의 영약 인삼 그 연구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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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동안 여러차례 인삼에대한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성과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됐다. 그때마다 그 연구의의와 가치가 강조되곤했다. 사실 지난 50년대초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인삼연구의 최근 성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놀랄만한 수준에까지 도달해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수천년동안 신비의 영약으로 널리 애용돼온 인삼 특히 한국산 고려인삼의 본질에 육박할만한 연구성과는 아직 없었다는 것이 수많은 사계전문가들의 탄식섞인 소감이다. 도전할수록 멀어만 가는 것 같고 올라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것 같다는 인삼산맥-그속에 또는 그위에 있으리라고 믿는 신효성의 물질을 구명하기위해 그동안 어떤 연구가 이뤄져왔나를 결산해 보기로한다.
인삼이 약으로서 기록된 것은 2천년전의 일이다. 즉 중국의 전한원제시대(서기전33년∼38년경)에 사유라는 사람이 지은 급취장이라는 저서에 황금, 복금, 감초등과 더불어 삼이라는 약명이 기록돼 있다는 것. 그러니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전부터 약으로 썼다고 볼 수있다.
그뒤에도 유희의 석명이라는 저서와 후한말(서기196년∼220년경)의 유명한 장중경의 상한론이라는 저서와, 도사들에서 유래한다는 신농본초경등 저서에서 한결같이 인삼을 아주 중요한 한약재로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인삼은 수천년동안 한방 또는 민간에서 보강제, 흥분제, 자극제로 널리 상용돼왔다. 그러나 정확한 약리작용이나 확실한 효능은 일체 신비의 베일속에 감춰진 채 영약 또는 선약으로 존귀하게 여겨져왔던 것이다. 약용인삼으로서는 5종류가 널리 쓰이고 있다.
첫째가 고려인삼(Panax Ginseng C.A.Meyer)이고 둘째가 미국인삼(P,QuinquefoliaL.)이며 셋째가 일본인삼(P,Repens)이다. 나머지는 P, Trifolius(원산지 인도북아메리카)와 P, Pseudoginseng (원산지 인도)이다.
수천년동안 신비의 베일을 쓰고있던 인삼에 현대과학이 검토를 하기시작한 것은 1840년 라피네스크에 의해서였다. 그는 미국인삼에서 캄포르류의 화합물을 추출했던 것이다. 그뒤 개리크가 1854년에 인삼에서 배당체를 추출해냈다. 이해를 인삼의 대해 현대과학이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기 시작한 해로 치고있다.
그뒤 서서히 인삼은 여러 각도에서 파헤쳐져갔고 구명돼갔다. 우리 나라 학자로 처음으로 인삼개발에 참가한 사람은 전에 내무부장관을 역임한바 있는 민병기박사로서 1927년께부터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와같이 외국서는 1백30년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42년동안 인삼연구가 계속돼왔다. 그러는 동안 현재까지 외국서 약 5백여편의 연구논문이, 국내선 80편 내외의 연구논문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약리학적인 연구방법으로나 동원되는 시설면으로 보아 좋게 평가할 만한 연구논문은 대개 50년대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한다. 따라서 진정한 과학적연구가 이뤄진 것은 지난 20년동안에 불과했다. 이와같은 평가는 35년간 인삼연구를 계속해온 오진섭박사(서울대의대 약리학교실 주임교수)와 우리 나라 인삼연구소 소장 우인근박사등이 하고있으니까 확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구라파와 일본에서의 연구성과는 주목할 만한 내용을 많이 지니고있다고 오박사와 우소장은 강조한다. 그동안 인삼의 약리작용이 여러모로 연구됐고 인삼의 성분에대해 다각도로 검토됐다. 그리하여 인삼이 위의 온도를 높이고 혈압을 강하시키며 중추신경을 흥분 또는 마비시키고 심장의 동통을 가라앉히고 암을 억제하고 방사능을 제독하고 체중을 늘려주고 식욕을 돋워준다는등의 가지가지의 약리작용이 밝혀졌다. 그리고 성분에있어서도 파나킬론 사포닌 글리코시드 스테롤 테르펜 알카롤이드 여러 가지 비타민(B, C등)등 많은 물질을 추출해냈다.
그밖에 바나듐이나 겔마늄이니 하는 따위 원소의 함유량이 측정되기도했다. 그런데도 인삼의 진짜 약효, 인삼의 본질적인 성분은 아직 두꺼운 비밀의 베일을 쓰고있다고 모든 연구자는 믿고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수천년 간을 신약으로 존귀시해온 인삼의 약효가 겨우 그것밖에 안될리 없고 이제까지 밝혀진 성분 하나하나만 갖고 도저히 인삼의 신통스런 약효를 뒷받침하지를 못하기때문이다.
그러나 59년 독일의 W·페트코프교수의 인삼에 관한 약리학적 연구 역시 61년의 동교수의 약리학적 반응성에 관한 연구이래도 구라파에서는 인삼연구가 활기있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있고 내용에 있어서도 인삼의 본질에 거의 육박할 만한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국내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련은 인삼위원회와 2개의 인삼연구소를 두어 인삼연구에 힘을 기울인결과 이미 50년대에 3권의 연구업적을 낼 수가 있었다. 66년8월 제11회 태평양과학회의에서 인삼이 흥분작용만을 일으킨다는 소련학자에 대해 진정작용도 있다고 논전을 벌인 일본 동경대학 약리학교수 시바다(시전정이)박사의 사포닌연구를 비롯한 일본학자들의 성과도 주목할만한 것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그밖에 일본에는 신주약품연구소라는 순전히 인삼만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을 정도.
고려인삼의 본 고장인 우리 나라에서 인삼연구가 꽤 활발히 이뤄져 온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노력에의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산발적인 성과로 끝난 아쉬움이 있다. 69년8월 수출확대회의에서 박정희대통령은 우리 나라에서도 서독이나 서서처럼 인삼드링크제, 인삼타블레트등 안정성있는 신제제품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에따라 전매청·보사부·과학기술처등 관계부처에서 인삼제제의 검정방법, 인삼 유효성분의 검출 정량법, 인삼제제의 안정성에 관한 제제학적 연구등에 대해 약 5백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했다.
그결과 3편의 논문이 나왔고 그중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는 카보니크·안하이드라제라는 효소에대해 경우에따라 활성화작용을 나타내고, 때에따라 활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물질이 인삼유효성분속에 있다는 고대의 김태봉교수등의 연구성과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비록 그 연구가 이제까지의 연구와 차원을 달리하고 각도를 새로이 한 것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말마따나 이제 새 연구가 시작된 것에 불과하고, 딴 학자들의 말과같이 더 어려운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앞이 먼 연구에 지나지않는 것이다. 더욱이 과학기술처에서는 연구비를 더 지급할 의향이없는 눈치이고 보면 그 역시 이제까지의 다른 인삼연구처럼 용두사미가 될 우려가 있다.
약 5백만원을 들이고서도 제제속의 인삼성분의 정량법조차 아직 확실히 수립못한채 있는 것이다.
지금같은 산발적이고 강력한 지원없는 인삼연구라면 차라리 않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됐고, 이제는 외국과의 인삼연구 경쟁은 포기하고 아이디어나 내주는 것이 낫다는 한탄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따지고보면 우리 나라는 산부가 인삼을 먹으면 젖이 멎는다는등 수많은 전래적인 자료를 갖고있어 조직적으로 강력한 연구만하면 세계학계의 파문을 던질만한 성과를 올릴 잠재능력을 갖고있다.
그런데 현실은 심지어 보약의 의의를 과학적으로 설정하고 인삼의 본질에 도전하고 있는 외국 학계와 점전 격차만 내고있는 실정이다. 인삼연구소 같은 강력한 연구기관의 설립과 그를 중심으로한 각 대학등의 일사불란한 협력연구가 아니고선 고려인삼에 대한 최종의 영예로운 연구성과는 외국인 손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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