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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에 오역겹친 삼국유사|영역에 이중의 난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공부와 민족문화추진회가 서두르고있는 『삼국유사』의 영역은 그 추진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성을 드러내고 있다.
원전의 오기·오자는 물론 국어역에서 나타나는 오역도 적잖은 것이며 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데 따른 난점은 심각한 것이다.
전 5권인 『삼국유사』가운데 제3권에서만도 원저자 일연의 오기가 21건이나 발견되고있다.
특히 고구려 소수림왕때 도읍이 국내성인데 안시성으로 기록했고, 불교전파도 신라 미추왕 2년 아도가 한 것으로 했으나 『삼국사기』에는 눌지왕때 묵호자(아도의 별명)로 엇갈려 기록했다.
국역의 경우에는 그 잘못이 더욱 심하다. 일연이 불승이었으므로 그의 저작에도 불교에 대한 용어가 적잖은데 번역에는 불교지식부족으로 잘못이 적잖이 눈에띈다. 가령 법륜을 법시로 한 것등.
이같은 『삼국유사』의 오역은 지난달 30일에 열린 국어국문학사 연구발표회에서도 지적되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이가원교수(연세대)는 권1 고조선항에서 사서연역회의 번역 『아래로 삼위태백을 내려다 보니』를 고쳐 『하시삼위, 태백…』으로, 권4 양지사석에서 『풍요에 이르기를』로 번역한 풍요는 노래 이름이 아니라는 것등을 주장했다.
몇개 국역본가운데 민족문화추진회는 대본으로 이병도역본(54년판)과 이재호역본(69년판)을 골라 신호열·성낙훈씨로 하여금 교열, 원본대조토록해서 완전한 국역대본을 마련코자 했다.
그러나 원전과 국역본이 갖고있는 문제는 두고라도 영역의 문제는 더 곤란하다. 가령
①승려만하더라도 화상, 승, 법사, 성사, 석대성등으로 기록되었는데 이를 다만 승려로 통일해 적을 것인가.
②불교용어의 주석도 문제인데, 폭넓은 뜻을 가진 마귀인 나찰은 어떻게 설명하며, 국내의 지명은 고지명인 경우 주석을 붙인다해도 중국 고지명까지 주석을 붙여야 할 것인가. 또 중국 고지명은 중국음으로 표기할건가, 한국음으로 할 것인가
③별명의 음역역도 문제거리다. 중국의 달마는 눈이 파래서 벽안호라했는데 이것을 의역할 것인가.
④원음이 한국고유음인지 중국음인지 불분명한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들을 갖고있는 『삼국유사』의 영역본은 연내에 출판될 예정으로 추진 강행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와같이 여러 문제가 노출된 바에는 학계의 총지를 모은 국역이 이런 기회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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