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 800억 루피어치 국채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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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외환위기 위험국으로 지목된 인도·인도네시아·터키 등 신흥국은 정부와 중앙은행·연기금까지 나서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인도 중앙은행(RBI)은 800억 루피(약 1조4000억원)어치의 장기 국채를 오는 23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자금 경색이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 돈을 주입하는 조치다. 인도는 현재 외환 사정이 가장 나쁜 나라로 꼽힌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달러당 63달러 선인 인도 루피화 가치가 한 달 안에 70루피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익명을 요구한 인도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루피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외환 부족을 막기 위해 금과 은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주가 하락을 막으려고 연기금까지 나섰다. 근로자사회보장보험청(Jamsosteck) 엘빈 마사시아 대표는 20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주요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 비중을 22%에서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144조2000억 루피아(약 15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인도네시아 최대 연기금 운용 기관이다.

 터키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맞섰다. 터키 중앙은행(CBRT) 통화정책위원회는 20일 은행 간 하루짜리 콜금리를 7.25%에서 7.75%로 0.5%포인트 올렸다.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통화정책위원회는 “통화 긴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터키 리라의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목표가 ‘환율 방어’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고서라도 환율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절박함을 읽어볼 수 있다.

 각국 정부의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외환 및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인도네시아 증시는 5일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루피아 가치는 또 떨어졌다. 인도는 주가와 루피 가치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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