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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 요구한 자료 백60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기 시작할 때는 서글픈 생각마저 들더니 지금은 이곳에서 수출액이 목표를 초과하고 있으니 흐뭇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22일 정조영 비서관만 대동하고 부평에 있는 수출공업단지를 예고 없이 돌아보고 이 같은 소감을 말했다.
박대통령은『충분치 못한 조건 아래서 묵묵히 일하는 공장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면서 『기업주들이 밤일하는 공원들과 국수 한 그릇이라도 함께 나누는 인정으로 노사가 뭉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는 것.
박대통령은 요 며칠 새에 구로동의 수출공단과 수원의 선경 화섬·한국 카길 사료를 시찰했는데 불시방문이라 수위에게 제지당한 일까지 있었다.
국회재경위의 국정감사는 첫날인 22일 신민당의원들이 방대한 자료요청공세를 벌이는 바람에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긴장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업무현황을 차례로 듣고 난 뒤 간사인 김재광(신민)의원은 고흥문·정해영 의원 등 신민당의원들로부터 모은 「자료요청 일람표」를 읽어 내려갔는데 이중에는 ①통화량 팽창요인 분석표 ②외환수급계획 ③외채상환계획표 ④차관업체별 집행 실적표 등을 비롯해 국세청의 청백리포상 현황에 이르기까지 무려 1백60종. 이에 김학렬 기획원장관과 남덕우 재무장관은 처음에는 메모를 해나가다가 중간쯤에서 아예 손을 멈추고 어이없어 했고, 공화당 측은 『정부서류를 몽땅 내와야 되겠군』-.
한편 내무위의 서울시 감사에서는 양탁식 시장이 이동진료반 발대식에 참석하기위해 20분만 다녀온다고 해놓고는 1시간 반이나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그를 기다리던 의원들이 화를 내는가하면 『시청에 들어오는 내무위원을 못 알아보고 검문을 했다』고 이상무 위원장이 시장에게 주의를 주는 등 수감태도에 대한 호통도 있었다.
자카르타 외상회의에 참석하고 캄보디아와의 수교문제를 타결 짓고 22일 밤 귀국한 최규하외무장관은 출장결과를 설명하면서 퍽 자신만만해했다.
최 장관은 『캄보디아와의 공식관계 재개합의는 외상회의에 못지 않게 큰 수확이었다』면서 『국교합의와 지원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별개문제로 다루어야할 것』이라고 일부에 나도는 수교와 지원과의 바터 설을 부인했다.
자카르타 외상회의가 캄보디아 사태 해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최 장관은 『당장 눈에 띄는 결과는 없지만, 앞으로 참가국들이 긴밀한 협의를 갖기로 한 사실을 주목해야한다』고 장기적인 가능성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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