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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양 독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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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 동서독수상은 서독 카셀에서 3차에 걸쳐 회담했다. 3월19일 동독 에르푸르트에서 열렸던 제1차 양 독 수상회담에 이은 이번 제2차 회담에서는 두개의 독일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토의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다만 제3차 회담을 금년 가을에 열릴 수 있도록 하기위해 실무자회담을 속개하자는 데만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이번 회담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서독 측이 양 독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매우 대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①평화공존 ②무력사용포기 ③영토보전 및 독립존중 ④각료 급 상주사절단의 교환 ⑤통상확대 ⑥통신·문화·과학분야에서의 교류 ⑦동일민족이란 특수성을 감안한 조약체결 ⑧백림 및 전 독 문제에 관한 4대국 책임 인정 등 20개 항목에 걸친 관계개선안은 동서독의 분단을 엄연한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양 독간의 적대적 대립을 지양하면서 평화공존의 원칙에 따라 분단이 자아내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내세워진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에 대해서 동독 측이 동독정권의 「외교적 승인」을 양독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이를 되풀이 주장하였다는 것은 동독이 평화공존을 향한 관계개선에 있어서 완전히 수세에 빠져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브란트의 대 동독 평화공존공세는 미소간 평화공존 무드의 심화, 동 서구 관계의 해빙 등으로 유럽의 정치정세가 상대적인 안정기에 들어서 있음을 그 정세상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서독의 국력이 충일해 있어 동독이나 동구와의 관계를 개선하여 이데올로기 상, 국제권력 정치상의 장벽을 무너뜨리면 동독은 서독의 경제권 속에 편입할 수 있음은 물론, 동구시장을 소련의 독점에서 해방하고 불원한 장래에 독일경제의 중요한, 고객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란트 외교공세는 오데르-나이세 선을 독-파국경선으로 인정하고 또 서독정권의 정통성에 구애됨이 없이 동독정권을 사실상 승인하려는 점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보아 서독에 마이너스가 되는 면이 있음을 부인 못한다. 그렇지만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지속한 상태를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 가지고 서독의 우수한 과학기술, 그리고 풍부한 경제력을 철의 장막 안으로 침투함으로써 소련에 의존하던 동독이나 동구의 경제를 서독경제권에 편입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원대한 장내를 바라보는 야심적인 현상타파의 시도라 아니할 수 없다.
1차 회담도, 2차 회담도 별로 신통한 합의를 못 보았기 때문에 대화가 곧 공존을 의미치 않는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대화의 꾸준한 지속이 양 독간의 대립·긴장을 완화시키고 있는 것만은 부인치 못할 일이다. 이점 양 독 회담은, 회담에서의 합의도달보다도 회담을 하였다는 사실자체에 의의가 있을는지 모른다.
한국도, 독일도 2차대전의 결과로 분단을 강요당한 국가들이기 때문에 동서독관계와 남북한관계는 곧잘 비교가 된다. 동서독의 대화를 보고 남북한간에도 그런 대화가 가능치 않겠는가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남북한간의 대화는 적어도 오늘의 통한문제를 싸도는 경제에 비추어보아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시아는 유럽과 달라, 지금 정세격동기에 처해 있어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의 대립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요, 또 김일성일당은 무력에 의한 남침준비에 광분하고 있는데다가 대한민국 역시 자체의 안전을 위해 적개심을 앙양치 않을 수 없는 형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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