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육로 이산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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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9월에 이어 다섯달 만에 또다시 금강산이 남과 북 혈육들의 상봉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20일 남북 간 육로를 통해 방북한 남측 이산가족.친척 4백61명은 오후 4시부터 두시간 동안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금강산 온정각에서 북측 이산가족 99명과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이날 지금까지의 속초~장전항 설봉호편이 아닌 동해선 임시도로를 통해 처음으로 방북했다. 남측 가족들은 "육로를 통한 상봉길이 네시간 걸리는 뱃길에 비해 이동시간이 1시간30분 정도 줄어들어 무엇보다 좋았다"며 "차 안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금강산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장수천(97)할머니는 이날 53년 만에 만난 북측의 딸 양영애(71)씨의 손을 잡고 북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으며, 여섯살 때 헤어진 북측 아버지 곽병곤(80)씨를 만난 아들 화희(59)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았다"고 흐느꼈다.

아버지 병곤씨는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 전쟁 후 화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아들의 말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로 금강산까지 온 남측의 이임노(여.77)씨는 반세기 만에 만난 북측의 남편 김경수(77)씨를 보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고, 곁에 있던 남측의 딸 영옥(54).영신(52)씨는 "아버지, 아버지"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쟁 당시 경북 영주의 고향집에서 북측 김상원(71)씨와 헤어졌던 남측의 아내 박미자(74)씨는 "왜 이제 나타났느냐"며 울먹였다. 金씨는 헤어질 당시 한살배기였던 외아들이 병으로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북에 간 이은택(73)씨는 자신을 반평생 동안 기다린 남측의 어머니 박준록(95)할머니가 거동이 어려워 이번 상봉에 참가하지 못한 대신 캠코더를 통해 "잘 살아달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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