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휘발유 판매 급증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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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녹스' 등 유사 휘발유 생산업체가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이들 업체와 정유.주유소 업계 간 마찰이 커지고 있다.

박은태 석유협회장 등 3개 단체 대표는 2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유사 휘발유가 시장을 문란시켜 석유 관련 업계가 고사 직전의 위험에 처해 있다"며 "정부가 이들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지 않으면 휘발유 생산.판매를 중단하는 등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소한 주유소에서도 유사 휘발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조기훈 부장은 "호남.충남 지역 일부 주유소는 휘발유 매출량이 최고 30%까지 줄어 경영이 악화되면서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강조했다.

◇유사 휘발유 판매 급증=현재 판매되고 있는 유사 휘발유는 '세녹스'를 비롯해 'LP파워' 'ING' 등 세 종류. 솔벤트.알코올.톨루엔을 섞어 만든다. 하루 판매량은 50만ℓ, 금액으로는 4억9천5백만원 정도다. 전체 휘발유 판매량의 1.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지난해 6월 판매를 시작한 세녹스는 지난해 10월 한달 판매량이 1백11만ℓ였으나 국내 유가가 치솟으면서 올 1월에는 6백30만ℓ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세녹스를 생산하는 ㈜프리플라이트는 하루 30만ℓ이던 목포 공장의 생산 규모를 최근 1백30만ℓ로 늘리는 등 휘발유 시장 잠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의 5%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유사 휘발유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 휘발유는 세후 공장도 가격 1천2백64원에 주유소의 이윤을 합쳐 ℓ당 소비자가격은 1천3백32원 가량이다. 그러나 세녹스의 소비자가격은 9백90원으로 휘발유보다 ℓ당 3백42원 싸다.

이것은 세녹스가 연료가 아닌, 엔진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연료 첨가제로 분류돼 휘발유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세.교육세.주행세는 전액 면제되고 원료 구입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만 부가가치세로 낸다.

유사 휘발유는 인체에 위험하거나 차량의 엔진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까지 밝혀진 부작용이 없다. 하지만 세차장.카센터.지하 주차장 등에서 주유가 이뤄지고 20ℓ 플라스틱 통에 담겨 판매돼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리플라이트 전형민 이사는 "일산화탄소.탄화수소 등 배출가스가 휘발유보다 30% 적어 환경오염을 줄이고, 연비나 출력이 좋아 오히려 정부는 판매를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오락가락=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7월 세녹스를 첨가제로 생산을 승인했다. 연료의 40%까지 사용해도 좋다는 것이 연구원의 해석이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사실상 세녹스가 휘발유를 대신하는 연료로 사용됨에 따라 유사 석유제품으로 간주하고 지난해 7월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프리플라이트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단속도 요청했다.

프리플라이트의 공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목포세무서도 프리플라이트가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6~9월 판매분에 대해 4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그러나 세녹스는 이에 반발해 3월 말까지 납부유예를 신청해 놓고 있다.

석유협회 이원철 부장은 "유사 휘발유는 국가에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생산업체와 판매업자.소비자가 나눠먹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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