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태고종의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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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불교사회화에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석가탄생 2천5백92돌을 기념하는 초파일 행사가 전국적으로 거행되고 있다. 올해에는 항례가 된 봉축법요식과 관등놀이 등 행사이외에도 불교교리의 현대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 역사적 사명감을 고취하려는 각종 학술「세미나」와 강연회·호국불교기념비 제막식 등이 개최되어 불교계 자체가 그 사회화를 바라는 국민여망에 좀더 적극적으로 호응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을 우리는 환영하고자 한다.
한편 올해 불탄일을 전후하여 특히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한국불교의 새로운 한 종파로서 한국불교태고종의 종단등록이 문공부에 의해 정식 수리되어, 최근 10수년래 한국불교계의 숙환이었다 할 비구·대처승간의 해묵은 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일이라 할 것이다.
알려진 바 한국불교태고종은 그들이 제시한 종지와 교리·종조·법맥등에 있어 종래의 조계종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전혀 별개의 종단임을 표방하고 나섰다 한다. 따라서 이 종단은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하여 이미 등록되어 있는 한국불교의 대한불교조계종·진언종·진각종·원효종·화엄종·천태종등 기존의 16개 종단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새로 17번째로 독립종단이 생겼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며, 때문에 문공부당국자에 의한 이 종단의 등록수리가 곧 새로운 불교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견해는 이론상 성립될 수 없다할 것이다.
이점, 문공부 당국자가 이 종단의 등록을 수리함에 즈음하여 이 종단이 조계종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뿐더러『종단간의 상호견제로 발전의욕을 배양하고, 불교계에 자율적인 쇄신기풍을 진작함으로써 불교 현대화의 길을 열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한 취지는 이해할 만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러한 취지가 시종일관 지켜짐으로써 이제 다시는 우리불교계에서 비구·대처승간 사찰재산의 관리를 에워싼 추잡한 싸움이 재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태고종단의 창설이 불교계 내부에서 아무 말썽 없이 받아 들여질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도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이미 조계종 측에서는 문공부당국에 의한 이번 처사를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태도를 명백히 했으며, 또 일반의 추측으로도 만일 새로 발족한 태고종단 측이 장차 그 교세확장과정에서 자신을 한국불교의 정통파로 내세우거나, 현 조계종단 안에 포섭돼있는 일부 대처승들을 자파 종단으로 끌어들이려 할 경우, 분쟁은 재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점 기독교에 있어서의 신교의 분리독립이 역사상 미증유의 소란을 피웠으되, 결국 같은 신교에서도 수많은 분파가 독립하여 오늘날 공존을 이루고 있듯이, 우리 한국불교계 역시 이러한 분파의 창설이 오직 한국불교의 참다운 발전을 위해서만 발생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으며, 또 그런 한에 있어 그것은 차라리 의의 있는 것이 됨직도 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문공부로서는 이번 태고종의 등록수리에 관하여, 그 취지를 국민에게 좀더 명확하고 상세하게 알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발표가 어딘지 갑작스러웠다는 인상을 준데 대하여 인상의 책임을 느껴야할 줄 알며, 비록 현재로서는 극락사와 승가암등 2개 사설사암을 모체로 발족한 태고종이라고는 하지만, 이 새 불교 종단은 그 창단 취지에서 밝힌바와 같이 조계종과는 엄격히 평행적인 위치에 서서 일절의 세속적 관심사를 떠나 오직 불교사회화에의 촉진제로서의 구실만을 다함으로써 한국불교계 전체의 발전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도록 지도편달해야 할 책임을 느껴야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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