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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오키스트러」서울대의대 교향악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 최초의「오키스트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의학도의 손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별로 알려진 얘기는 아니다. 42년전인 1928년 당시 경성제대의학부 학생 김성진박사(외과의), 이혜구교수(서울대음대)등 8명이 힘을 합쳐 조직한「성대교향악단」이 우리나라 최초의 교향악단으로 기록되어 있다.
『음악에 대한 열의는 높았지만 악기나 악보는 항상 부족했었습니다. 연습시간과 지도교수도 부족했지만 40여년간 꾸준히 연주공연을 계속 했습니다.』음악부 지도교수로 지휘도 직접 맡아온 김인달 보건대학원장의 말이다.
무대위에서「호른」의 소리가 나오지 않은 일, 갑자기 가수가 결석하여「테너」가「소프라노」노래를 불렀던 실패담도 지금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아마추어」로서 이 땅에 교향악단을 창설했다는 사실과 음악을 향한 뜨거운 동경으로 교수, 졸업생, 재학생이 매년 함께 공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충분한 기쁨이다.
『의학이 딱딱한 공부인데다 항상 불우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정서탐구의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이 교향악단의「바이얼리니스트」로 활약해온 성락응 학생과장의 얘기다.「콘트라·베이스」「팀파니」, 관악기 같은 특수악기는 기성악단의 지원을 받지만 지휘는 반드시 학내교수가 맡는다.
연주곡도 가벼운 작품에서 점차 서곡교향곡으로 발전했고, 수복이후 l백여명의 혼성합창단이 발족,「오키스트러」단윈과 합쳐 1백60명의 대식구로 자라났다. 이들이 가장 즐겨 연주하는 것은「베트벤」의 작품인데「아마추어」로서는 힘에 겨운 작품이라는 일부의 반대도 적지 않다고 부장 김광호군(본과 3년)이 전한다. 본과 3년 서영길군은『대곡의 연주는 노동』이라면서 그러나 이를 극복한 성취의 기쁨으로 보상을 받는 다고 한다. 해방전까지 17회, 해방후 18회의 공연에서 연주된 곡목에는 대부분「베트벤」「모차르트」「슈베르트」의 대 작품이 많이 들어 있어 이들의 열의를 말해 주고 있다.
소품을 연주하자는 의견이 많이 일어나고는 있지만「베트벤」탄생 2백주년인 금년 가을 공연 역시「베트벤」작품을 연주할 계획이다. 부원들은 평소 개인지도와 음악감상으로 실력을 기르고 공연 약 2개월전쯤 총 연습을 시작한다.
총 연습이 시작되면 악기부족, 경비부족, 실력부족으로 난관에 부닥치게 되나 항상 그랬듯이「음악에 대한 열망」으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다고 부장 김군은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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