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사회부 눈에비친 그 실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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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간이 많아지고 사회가 복잡 다단해 질수록「모함」도 각양각색의 형태로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66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번지 김모씨(65)는 칠순이지난 형을 간첩이라고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가, 조사결과 오히려 무고로 구속되고 말았다.
형을 간첩이라고 모함한 이유는 형이 잘살면서 도와주지 않는다는 단순한 것이었다.
66년 8월, 꽤 이름이 알려진 화가 김모씨는 자기친구 김씨가 정부요인을 암살하려고 기도하고 있다고 허위투서를 내무장관 앞으로 냈다가 역시 무고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모함이 가장 많이 공공연하게 기생하는 곳은 정계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되어 있다.
정계에서는 모함을 흔히「매터도」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것을 쉽게 말하면 상대방의 뒤통수를 친다는 뜻이다.
67년 국회의원 선거때 시에서 입후보한 K모씨에 대해, 그「라이벌」이 인「매터도」작전이 한때 큰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그「라이벌」입후보자는 K모씨에게 큰「스캔들」이 있다고 퍼뜨리다 못해 마침내는 인쇄물로 찍어 돌리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다해서 결국 인쇄물을 없애 버렸지만, K모씨는 한때 이 모함으로 여간 고전했던 것만은 사실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표의 배향이 이같은 전략으로 좌우되기 쉽기 때문에「매터도」는 그치지 않는다.
부부간·자식간·이웃간의 모함도 처참한 것이 있다.
67년 2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박모여인(39)과 김모여인(38)은 서로 상대방 남편이 소매치기라고 모함했다.
박 여인은 김 여인의 남편 서모씨가「버스」안에서 2돈쭝짜리 금목걸이를 소매치기했다고 모함하자, 김 여인은 박 여인의 남편도 한패라고 맞서, 결국 두 남편이 같이 구속됐지만, 모함의 발단은 박 여인이 김 여인의 남편이 자기남편과 날마다 술을 마시고 끝내는 첩을 소개해준데 대한 화풀이로 헛소문을 내자던 것이 드러났다.
69년 5월, K대학을 나온 박모(35)란 지식인은 평소 아내의 도움으로 출세한「콤플렉스」 에 사로잡혀 있다가 어느날 모시고 있던 장모에게 화풀이, 칠순이된 그 장모를 마구 때려 중상을 입혔다.
경찰에 구속되자 박모는 목격자인 집주인과 진단서를 뗀 의사를 무고라고 고소했다.
옥신각신한 끝에 경찰에서 풀려나 온후 자기의 처인 최여인(30)이 자기가 유치 되어있는 동안 자기 친구와 간통했다고 고소했다. 이 모함도 결국 뒤집혀졌지만, 사건은 이혼으로 끝장을 봤다. .
지난 2월 경찰에서 서울 시내 전화상의 부정을 일제 수사했을 때, 검거된 일부 상인과 공무원들은 삼킨 돈의 일부를 당시 L청장에게 상납했다고 말했으나, 조사결과 그것은 단순한 모함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청장 L씨는 모함등 반갑지 않은 세파와 풍토에 환멸을 느끼고 마침내 사표를 냈고, 간곡한 고위층의 사표철회 요청까지도 끝내 뿌리쳤다. 청렴한 공무원의 모함에 의한 슬픈 결말이었다.
보건사회부의 보건범죄 신고「센터」에는 발족이후 지금까지 3백97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중 84건이 모함·비방등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져 장사꾼들의 비열한 상혼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H회사의 우유제품이 무허가 부정품이라고 신고됐으나 정식 허가 제품. 신고자는 몰랐다고 발뺌하고 달아났다.
서울시경의 조사로는 68년도에 처리된 8만6천4백11건의 각종 사건중 모함 또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한 고소·고발등이 1만3백90건이나 되어 공연한 인력소비를 가져왔음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 감사원을 비롯, 각부 민원담당관실등에 많이 날아드는 투서의 약 60%는 근거 없이 상대방을 모함·비방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당국에서는 처리에 골치를 앓은 나머지 근거없는 투서를 삼가주도록 당부하는 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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