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저금통 깨기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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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전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한 까닭에 한국은행이「저금통 깨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를 읽고 나 자신도 크게 미안한 생각을 가졌다.
장난감 가게나 문방구, 심지어는 구멍가게에까지 갖가지 벙어리 저금통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이 저금통은 아마도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면 어느집이나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저금통은동전을 넣기 위해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버스]를 탈때 가끔 보는 일이지만 동전은 될수 있으면 잘내지 않고 거스름돈은 동전으로 달라는 사람이 많다.
벙어리 저금통에 한두푼씩 모아 넣는 동전이 차차 쌓여서 적지 않은 목돈이 되기 때문에 동전은 저금통에 들어가기만 하면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어린이들도 동전을 주면 저금통에 넣고 지폐를 주면 군것질하러 가게로 가는 것을 볼수 있다. 한푼씩 모은 돈이 모여서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장려할만한 일이다. 목돈을 만드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다.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가까운 우체국이나 은행을 이용할 수 있으나 실제로 적은 돈을 갖고 저금하러 가면 취급하는 직원들의 싫어하는 눈치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적은 돈은 통장을 만들려는 생각보다 벙어리 저금통에 넣게 마련인 것이다.
주화의 유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어린이 저금통을 깨뜨리자고 한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법인줄은 안다.
당국은 벙어리 저금통깨기에 힘쓰기 앞서 우체국이나 은행의 창구에서 푼돈을 취급하는 일을 좀더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적은 돈을 들고 창구를 찾아오는 꼬마들이나 아주머니들을 좀더 부드럽게 맞아들여 이들이 자주 찾아 올 수 있게 한다면 동전의 유통도 아울러 활발해지지 않을까.
어린이들이 한 두개씩 모아 넣는 벙어리 저금통을 깨뜨려 어린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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