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뿐 항로 2일째…지상과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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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휴스턴우주본부15일AP동화】15일 마지막 로키트·엔진이 연소된 아폴로13호 우주선(SC)은 지상관제탑(MC)과 다음과 같은 통화를 가졌다.
SC=OK, 휴스턴연소는 끝났다.
MC=알았다. 우리는 다음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고압선을 끊어주었으면 좋겠다.
SC=원하는 대로 방향을 잡을 수 없다. 계기 성능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 지금 동요와 함께 경사가 심하다.
MC=조금 참아라. 경사는 대단히 중요한 현상이다.
SC=OK, 지구로 신나게 내려가는 중이다. 조금 먹어야 하겠다. 여기 깡통에 든 콩이 있구나.
MC=지금 아폴로12호의 지진계에 의해 수집된 자료를 보고 있다. 아폴로13호가 달표면을 진동시킨 것 같기도 하다.
SC=우리도 헛수고는 안했구먼.(웃음)
MC=OK, 계속 달착륙선의 산소를 마셔라.
SC=기분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MC=비행기가 든 상자를 올려보냈으면 한다.(웃음)
SC=여기 정보를 제공한다. 달을 돌기직전에 우리 옆에 수많은 파편들이 떠 있었다. 파편은 큰 것도 있었고 작은 것도 있었다. 지금도 우리 옆에 떠있다.
MC=로저
SC=어제도 보았다.
MC=OK.
SC=마구 흔들린다. 사방으로 흔들린다.
이제 조금 자야하겠다.
MC=좋도록 해라.
SC=지금 경사는 1백 18도이다.
MC=조금만 참아라. 경사현상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SC=OK, 신나게 내려가는 것 같다. 이봐, 지금 우리는 한잠도 못 자고 생지옥 속에서 견디고 있는 거야. 지난밤에도 한잠도 못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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