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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15세의 소녀인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가정주부가 어린 식모를 때려 죽였다는 보도는 쇼킹하다.
15살의 소녀가 머리를 빡빡 깎이고 주인아주머니가 내리치는 방망이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다.
이 어린 식모가 숨지면서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알고싶어 진다.
어린 식모를 때려죽인 그 사람은 독부나 악부임에 틀림없겠고 자기로서는 할말이 있다고 하겠지만 들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말한다-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요 새싹이라고.
그래서 국가는 미성년자보호법을 만들어서 심한 노동, 험한 일을 못하게 하고 학대받지 않게 보호하는 조치를 하고있다.
어린이는 성년이 될 때까지 부모의 극진한 사랑 아래서 자라나게 되어있다.
그러나 가끔 부모를 잃는다든가 가난하다든가 하는 이유로 어린 나이에 직업을 택하게 되는 일이 있고 손쉬운 것으로 식모라는 길에 들어선다.
같은 나이 또래의 주인집 자녀가 귀공주 처럼 자라는 것을 시중들면서 눈칫밥을 먹어야하는 어린 식모에게 대한 모든 주인아주머니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옛날에 몸종이란 심부름꾼은 주인의 소유물이었다. 생사여탈이 주인에게 달려있어 천덕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식모라는 직업이 노조만 없을 뿐 엄연한 사회적 직업으로 발전, 가정부·파출부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곧 5월이 온다. 5월이면 어린이날, 어머니날이 겹쳐서 나라의 보배니 깊은 은덕이니 온갖 미사여구가 쏟아져 나온다.
행사로서만 기념할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어린이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보호해주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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