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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림의 적 산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봄이 되면 임업인에게는 두 가지 걱정이 있다. 하나는 춘기조림, 또 하나는 산불걱정이다. 지난 겨울에는 눈이 적어 땅이 말랐는데다 요즘은 강수가 부족해 지난 식목일에 심은 나무뿌리가 잘 뻗을까 걱정스러운데 겹쳐서 경향 각지에서 산불이 잦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임업인들은 정성을 다한다. 어리고 연약한 묘목이 정성을 깃들이지 않은들 이 가뭄에 생명을 부지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이런 정성도 아랑곳없이 공들여 가꾼 산을 눈 깜짝할 사이에 허망하게 재로 만드는 무서운 적은 산불이다.
그 누군가가 말했듯이 건설은 어렵지만 파괴는 쉬운 것이다.
여섯치 짜리 기둥 한 감을 만들어 내는데 적어도 40년은 실히 걸려야 하는 오랜 조림도 철없은 초부와 등산객·소풍객의 부주의로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고 만다.
금년 들어 3월 말까지 산불피해가 1백27건에 2만8천5백정보란 보도가 있다.
지저분한 먼지와 소음이 뒤범벅이 된 탁한 공기를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즐기려는 도시민이 모이는 서울근교 산에도 자주 산불이 나고 있다.
이름 있는 사찰림에도 등산객의 부주의로 훌륭한 대자연림이 불탔다고 한다. 매년 산불위험기인 3월21일부터 5월31일까지를 산화경방 강조기간으로 정하고 입산자에게 성냥불·담뱃불·모닥불을 주의하라고 계몽하고 있으나 산불피해는 해마다 늘어만 가고 있으니 자연과 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후퇴하는 것일까.
계몽에 그치는 연례행사는 고비가 넘은 것 같다. 곳곳에 산림기상관측소를 설치하여 산불위험 상대습도라도 매일 날씨방송에 곁들여 알리고 장비도 근대화 시켰으면 좋겠다.
헬리콥터로 진화작업을 지휘하는 외국의 현실이 멀지 않아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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