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요구했고 어떻게 협력하나|밝혀진 선·후진국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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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0년대 「아시아」지역의 경제협력방향과 「비전」 제시에 주안을 둔 제3차 ADB 총회는 34개국 대표의 기조연설을 통해 그 대강이 밝혀졌으며 역내(「에카페」 지역) 개발도상국의 요구가 무엇이고 역내 및 역외 선진회원국의 협력자세가 어떤 것인가를 뚜렷이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기조연설을 통해본 「아시아」지역의 개발전략은 대체로 ADB를 통한 자금 협력면에서 선·후진국간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나 선진국의 대 후진국 관세장벽 철폐 등의 특혜조치가 후진국 「사이드」에서만 일방적으로 요구되었을 뿐 선진국 「사이드」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점에서는 어디까지나 지역개발은행으로서의 ADB총회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이번 총회에서 후진국 「그룹」은 「피터슨」보고서를 인용, ADB의 재원고갈에 대비하여 선진국들의 특별출연금 확대를 촉구했으며 이와 함께 차관조건을 원조성격으로 완화, 융자대상을 확대하고 기술원조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한 선진국 「그룹」의 반응은 특별출연금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 특별기금 제공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대 후진국 개발지원을 ADB를 통해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1억불, 일본 3천 1백만불, 영국 1천 3백 80만불, 호주 1천 25만불 등 69년 말까지의 특별기금 교섭 총액 8천 4백 92만불의 약 2배에 가까운 제의로 구체화되었다.
이 특별기금은 ADB의 자본금 불입이나 기채의 한계성과도 견주어 선진국들의 자세 여하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는 것이며 융자조건도 통상 자본재원융자 보다 훨씬 유리하여 개발자금으로서의 성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ADB의 총 출자 응모액은 9억 7천 8백만불이나 통상자본재원 3억 7천 9백만불 (출자납입금 3억 8천 8백만불에서 특별기금 이체액 1천 4백 57만불을 빼고 적립금 5백 58만불 가산)중 69년 말 현재 8개국 21개 사업에 1억 1천 7백 69만불이 융자됐으며 특별기금은 교섭 총액 8천 4백 92만불 (납입확정 7천 34만불) 중 5개국 6건에 2천 2백만불이 융자되었다.
선진국의 특별기금 출연이 촉구된 것은 개발도상국의 자금 수요증대로 ADB의 융자실적(특별기금 포함)이 68년 4천 1백만불에서 69년엔 9천 8백만불로 늘어나 이 추세대로 가면 71년 말에는 재원고갈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국대표로 참석한 「케네디」재무장관이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원조정책이 개별국가 대상에서 IBRD·ADB 등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다변 원조로 전환되고 미국 내 은행을 통한 장기 저리 자금 공급으로 가고 있음을 명백히 한 점이다.
이것은 71년부터의 대한 무상원조 종결 재확인, 「닉슨」행정부에 제출한 「피터슨」 원조보고서의 채택 시행, 후진국의 자조적 노력제고와 자유번영에 대한 미국의 부담을 경감시켜 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이번 총회의 서울 개최를 계기로 ▲국제 금융사회에서의 지위향상 ▲참가국과의 경제협력방안 모색 ▲「캐프롤랙탬」 공장 건설 등 5건 6천 5백만불의 신청중인 차관사업 이면교섭 등에 기대를 걸었었다. 관계자들은 회의의 원만한 진행과 한국 경제에 대한 이해증진으로 지위향상이나 ADB차관 추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자각하고 있으나 각국 대표 및 「업저버」와의 접촉을 통해 모색된 경제협력방안이 앞으로 얼마나 구체화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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