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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서민 복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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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와우「아파트」 제15동의 완전 도괴 참사는 여러 면에서 서울시의 시민 「아파트」시책에 문젯점을 던져 주고 있다. 첫째 시공상의 설계에 대한 시비이고, 둘째는 공사비, 그리고 셋째는 서울시의 행정 감독이다. 시민 「아파트」 건립은 지난 68년 12월 김현옥 시장이 무허가 판자촌의 일소와 더불어 영세시민의 복지사업의 하나로 들고 나왔다.
3년 계획으로 40개 판자촌지구 78만평 대지에 2천동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우선 서울시는 68년에 31동을 한정, 1차로 69년 4월 21일 금화지구 17동의 입주식을 거행한 후 69년에는 모두 4백 6동의 시민 「아파트」를 세워 지난 12월초 입주식을 올렸다.
올해 서울시는 또한 2백동의 시민「아파트」를 세울 계획으로 일부 무허가 판잣촌 일대에 철거 계고장을 이미 발부, 오는 5월부터는 대대적인 철거작업을 하여 광주 대단지로 이주시키거나 그 자리에 시민 「아파트」를 세워 수용시킬 계획에 있다.
애당초 시민「아파트」 건설은 김현옥 시장의 돌격 적인 행정의 좋은 본보기로 무리하게 시작되었다.
도시 계획국 건축과에서 최소한의 경비로 설계된 동당 건축비는 1천 2백만원. 그러나 진입로·하수도·택지조성 공사비등 3백여만원을 빼면 순수 건물 건축비는 9백만원도 안 되게 되어 있다.
무너진 와우 15동의 경우 대룡건설이 맡은 13, 14, 15, 16등 4개동의 총 공사비는 2천 70만 원이었다. 이중 지금까지 서울시는 1천 7백만원 밖에 지불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4개 동의 평균 건축비는 서울시 예산상으로는 동 당 5백만원 꼴이다.
5층 30가구 시공업자인 대룡건설은 시 출입 건설업자 순위로 2백 37째의 공사 실적을 가진 희미한 존재.
사고가 난 후 서울시는 마포구청에서 대룡건설에 공사계약을 한데 대해 대룡건설 자체는 형편없는 회사이나 연대 보증한 동림과 상천건설이 모두 이름 있는 건설회사였으므로 공사계약을 했다고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아파트」 4백동 건설을 계약할 때부터 건설업계에서는 말썽이 있었다.
연건평 3백 30평∼5백평의 철근 「콘크리트」건물을 동 당 평균 1천 2백만원으로는 지을 수 없다고 서울시 건설업자협회에서 계약을 「보이코트」해 왔던 일도 있었다.
서울시는 예산 면으로 무리한 시책을 강행키 위해 시민 「아파트」 건설을 모두 수의 계약키로 결정하고 서울시의 다른 공사를 맡은 업자들을 불러다 억지로 떼어 맡기게 까지 한 것이다. 또한 일부 업자에게는 시민 「아파트」 건설공사를 맡으면 다른 공사도 주겠다는 사탕발림식의 회유도 했다.
이렇게 계약 당초부터 시민 「아파트」 건설은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무리한 공사계약은 동당 「시멘트」 2백 50t, 철근 60t, 목재 12입방m가 평균 들어가야 하는데 공사업자는 손해보는 공사를 메우기 위해 날림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부실 업체에서는 「시멘트」를 기준량의 절반도 섞지 않고 모래로만 다지기 일쑤. 시민 「아파트」는 완공이 된 뒤에도 바로 비가 새고 금이 가고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시민 「아파트」의 건설 부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시민 「아파트」가 세워진 곳은 대부분 등고선 60m가 넘는 지역. 이왕 철거를 했으면 광주 대 단지나 한강 이남 변두리에 「아파트」 대 단지를 만들어 「아파트」촌을 건설, 철거민들을 그곳에 집단 이주 시켰더라면 등고선 60m이상의 지대는 공원 또는 녹지대로 사용하고 새로운 「슬럼」화를 막으며 인구 분산책에도 이바지되지 않았겠느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 3일 밤 제14동에 금이 갔을 때 서울시는 곧 진단반을 현지에 파견, 조사에 착수했으나 14동만을 받침대로 괴고 보수에 착수했을 뿐 바로 옆에 있는 15동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주의조차 게을리 하고 말았다.
마포 구청은 무너진 15동의 2단계 축대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으나 금이 간 벽을 「시멘트」로 발라 금만 가리는 등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보수만을 한 것이다.
50억원을 2년 동안에 투입한 서울시의 시민 「아파트」 건설사업은 예산과 설계, 그리고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면에서 올해 2백동을 짓기에 앞서 재검토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건축공학상의 설계와 기술이 필요하다고 건축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 「아파트」는 단순히 어느 개인의 실적 측정의 표본이 아니고 시민들의 생활 터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실 시민 「아파트」는 앞으로 장마철 등에 제2의 도괴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하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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