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포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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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른들은 그저 귀엽다고 아기를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얼굴을 비벼대곤 하지만, 이 아기를 안아주는 일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피부 접촉으로 자기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속에서 유아는 처음으로 대인 관계의 의식을 갖게 된다. 서 너 살이 되어 대인 관계의 범위가 가족단위로 확대될 때까지 유아의 전 세계는 어머니의 품이다.
우리는 우리가 안고있는 아기가 안겨있는 세계에서 안정과 신뢰감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세상과 대인관계를 향한 안정과 신뢰의 기초 조직이 된다.
아기를 안아주는 일에서 가장 주의할 일은 어머니의 욕구나 감정본위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로운 심리 상태에 있는 어머니가 아기에게 매달리는 기분으로 팔 밖으로 내놓지 않으려 한다거나, 아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운 나머지 마구 안아 주거나 해서는 아기가 오히려 대인관계를 귀찮음과 고통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아기가 평화롭게 누워있을 때는 그대로 놔두는 게 좋다. 안았다가도 엄마 품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 자유롭게 풀어주도록 한다. 엄마 품을 떠난 아기는 밖을 탐험하러 기어다니다가 두려움을 느끼면 다시 되돌아 올 것이다. 이때는 따뜻하게 안아 안심을 시키도록 한다. 엄마가 필요할 때가 아니라 아기가 필요할 때 안아 주는 게 원칙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너무 안아주며 기른 아기는 의존적인 성격이 되고 너무 안아주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성격이 형성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가장 알맞게 안아주는 양은 상식을 가진 어머니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어떤 상태로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안기곤 했는가 하는 일이 아기들에게는 이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계원(가톨릭의대 부속병원 소아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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