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업체 청탁 관련 검찰 조사 … 김종률, 다음날 한강 투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부족하고 어리석은 탓에 많은 분들에게 무거운 짐만 지웠네요. 부디 용서해주시고….”

 12일 새벽 3시쯤. 김종률(51·사진) 민주통합당 전 의원의 페이스북에 긴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도당위원장으로 있는 충북 지역 주민과 당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이날 오전 5시45분쯤 김 전 의원이 한강에 투신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인 A씨(39)의 신고였다. 그는 “김 전 의원이 카카오톡으로 ‘억울하다. 죽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긴급 수색에 나선 경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섬 수상레저 주차장에서 김 전 의원의 검정색 그랜저 차량을 찾았다. 차 안엔 양복 한 벌과 가방·휴대전화가 남겨져 있었다. 인근 요트 선착장에선 벗어둔 신발이 발견됐다. 방배경찰서 관계자는 “오전 3시15분쯤 선착장 폐쇄회로(CC) TV에 선착장으로 넘어가는 반팔 와이셔츠 차림의 남성이 포착됐고 가족들에게 김 전 의원임을 확인했다”며 “전날 밤 11시를 전후해 충북 음성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고 서울에 올라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중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생사는 확인하지 못했다.

 김 전 의원은 전날 오후 2시 서울남부지검에서 뇌물공여 혐의 등과 관련해 4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인 알앤엘바이오가 2011년 부실회계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자 이 회사 라정찬 회장에게 5억원을 받아 이를 당시 금감원 주무국장이던 윤모(57) 연구위원에게 무마 대가로 전달한 의혹과 관련해서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두 번의 검찰 조사에서는 “당시 5만원권을 가득 채운 박스로 5억원을 윤씨에게 직접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윤씨와의 대질신문 이후 심적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윤씨와 달리 김 전 의원은 모두 거짓 반응이 떴다. 결국 11일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은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배달 사고’를 냈다고 시인했다. 지난달 30일 구속됐던 윤씨는 김 전 의원의 자백 직후 무혐의로 석방됐다.

 김 전 의원은 검찰과 아내 앞으로 유서를 각각 남겼다. 검찰 앞으로 보낸 A4용지 한 장 반 분량의 유서에서 그는 “담당 부장검사와 수사 검사에게 미안하다”며 “사법시스템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순과 불완전한 점을 겪은 터라 지금 상실감과 절망감을 가눌 길이 없다. 내가 다 지고 간다”고 적었다.

이지은·이승호 기자

관련기사
▶ 김종률 전 의원, 11일 조사서 "5억 받았다" 시인
▶ 김종률 전의원 추정男 CCTV찍혀, 요트 선착장서…
▶ 김종률, 투신 전날 밤 어머니 집 찾아…
▶ 김종률 도당위원장, 투신 10여 일전 '이상 징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