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007, 신부가 되다|사제가 된 전영정보원「조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연합국과 추축국간의 전세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팽팽하게 맞서있던 42년 8월, 독일의 점령하에 있는 「그리스」「아테네」에서 불과 50km 떨어진 들판에 한 영국첩보원이 낙하산으로 내렸다. 전쟁의「헤게모니」를「그리스」탈환에서 잡아보려는 영군사령부는 이 첩보원이 그의 임무를 성공시키느냐 여부에 굉장한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가「그리스」해안으로 연결되는 교량을 폭파하여 독군의 보급로를 교란시키기만 하면 독일해안수비정의 화력은 여지없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첩보원의 이름은「윌리엄·조든」.「뉴질랜드」출신의 만능「스포츠·맨」으로 정예를 자랑하는 영국비밀첩보원에서도「슈퍼·에이스」급이었다.
영군은 이미 이 임무의 수행을 위해 상당수의 공수대를 같은 지점에 낙하시켰으나 교신에실패, 비밀첩보합의 「에이스·멤버」인 그를 투입한 것이다.
그로부터 28년이 흐른 지난 3월14일,「로마」의「성바오로」성당에서는 60세기의 한 건강한 노인이 사제에 임명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교황청의 고위성직자들은 사제의 독신문제로 골머리를 알던판에「이순」의 나이로 종교에 귀의 해온 그를 진례없는 환영으로 축복해 줬다.
그러나 고위성직자들의 이러한 축복은 그의「나이」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바로 2차대전을 통해 영국이 자랑하던「살인」과「파괴」의 명수였으며 이러한 과거를 종교적인 고뇌와 속죄로 청산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2차 대전때의 그의 활약은 참으로 빛나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다음 「조든」은 먼저 투입되었던 공수대의 잔류병사들까지 구출해 낸다.
그는 또「그리스」인 게릴라부대와 접선, 독일군의 후방교란에 나섰으나 사소한 오해때문에 반역죄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각박한 전장에서「이성에 호소하는 변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조든」은 게릴라 부대를 탈출했으나 이번에는「나치스」에 체포되고 만다. 「린치」와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다시 탈출에 성공, 어선 한척을 훔쳐타고 「나치스」기로 위장한 채「터키」로 도망나와 영군에 구출된다.
「이스탐불」에서 며칠 쉬자 곧 새로운「비밀지령」을 받고「카이로」에간 그는 그 일이 끝나자 마자「노르망디」상륙작전을 돕기 위해「프랑스」후방에 투입되는등 2차대전이 끝날때까지『스스로의 목숨을 위해 수 없이 살인을 해야했던 행각』을 계속했다.
전쟁이 끝나자 그에게는 많은 전장과「전쟁영웅」의 영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양심의 가책과 죄의식 때문에 완전히 지쳐 있었다. 이때「가톨릭」에 귀의하여 신부가 되어있던 그의 동생이 그의「지친 영혼」을 가다듬어 줬다.
「조든」은 이 신부동생의 권고대로 「시드니」예수회학교를 거쳐 만학의 신부지망생들이 공부하는「로마」의「베다」대학에 갔던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