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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업체들 부동산방매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개월째 지속된 초긴축정책에 연초의 불경기까지 겹쳐 빚어진 극심한 자금난 때문에 업계의 유력한 기업체들이 부도발생이 곤경에 몰려 은행측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한편 소유부동산을 헐값에 방매하는 사태가 생겨나 주목을 끌고 있다.
31일 업계 소식통에 의하면 얼마전에 풍한산업(대표 김영구)이 8천만원의 부도를 낸데 이어 최근에는 다시 면사·유지·건설업계등 10여개 유력업체들이 부도직전의 위기에 직면, 파국을 간신히 모면하기는 했으나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소유부동산을 담보로 시중은행에 구제금융을 요구하는 한편, 이의 방매를 서두르고 있다.
이 부동산은 대부분 사업확장을 위해 매입해 누었거나 또는 부동산투기「붐」에 편승, 매입한 것인데 풍한산업이 팔당소재 3백만평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조흥은행에서 부도결제자금을 융자받은 것을 비롯, 면방업계의 K방직은 제2공장부지로 확보했던 부산시 동래구 소재 대지 3만평을 시가보다 평당 3천원 가량이 싼 5천원선(합계 1억5천만원)에 매각했다.
한편 같은 업계의 B방적과 소모방업계의 D기업이 고양과 서울근교일대 부동산을 곧 처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건설업계의 H설건, 유지업계의 A유지, 전기기기업계의 D사등도 극심한 보금난 때문에 다각도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어 자금사정과 기업경영에 새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기업중의 부동산 방매경향은 재계전반에 번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업계의 유력기업 전반에 번진 이와같은 자금난의 원인은 ⓛ지준부족 사태를 메우기 위해 시은이 대월 및 대불을 벌써 3개월째 허용치 않고 있는데다 적금대부도 중단하고 있으며 ②사채가 강남부동산「붐」과 당국의 조사세때문에 유출 또는 잠적했고 ③공공요금과 노임이 일제히 오른데다 과당 경쟁때문에 기업의 지출경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한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강남부동산「붐」에 투입된 자금은 약 5백억원으로 추산하면서 이중 2백억원은 은행예금, 3백억원은 사채로 조달되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수년래 계속된 기업인들 자체의 부동산투기 경향도 자금난을 유발한 커다란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데 부도위기에 직면한 유력기업체들의 소유부동산 방매소동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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