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흙담집이 양옥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주땅에서 가장 실속 있는 부자촌을 들라면 대신면을 꼽고 그중에서도 당산 2리「개터골」은 첫번째로 뽑힌다. 논·밭등 농토만 갖고 있는 껍데기 부촌이 아니라 현금을 쥐고 있는 알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경기도 여주군에서 땅콩 재배가 본격화한 것은 10년전일-.
남한강 유역 수십만평의 벌판은 이곳 대신, 여주 2개 면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고 10년이 지난 오늘에는 양옥집이 들어서고 집집마다 저금통장을 쥐고 사는 마을이 되었다.
옛날 호랑이가 마을개 물어다가 뜯어먹었다 하여 「개터골」이라 불리게 됐다는 대신면당산2리는 해방후만 해도 사람 살곳이 못되는 보잘 것 없는 산등성이였다.
현재 이곳에 사는 김학봉씨(72)등 63가구는 6·25사변후 보따리 한개씩 들고 정착한 난민들로서 천막과 흙담집을 짓고 고구마나 수수등으로 연명해 왔는데 이제는 흙담집이 양옥으로 점차 탈바꿈 하고 「라디오」와 자봉틀은 없는 집이 없다.
정미소와 땅콩창고가 마련됐으며, 30여가구는 평균 20만원∼30만원씩 저축을 했고 김천하씨(36)경우는 1백만원짜리 저금통장을 쥐고 도시사람 부럽지 않다고 했다.
함경도에서 피난 나와 곳곳을 전전하다가 10년전 이곳에 정착했다는 김원하씨는 조부 김학봉씨, 부친 김여수씨(54)등 3대가 14식구를 거느리고 살고 있다. 김씨 3대는 7천평되는 땅콩밭에서 매년 땅콩 2백20가마를 생산하여 40만원의 순수익을 올려 부자가 됐다. 같은 마을 방종해씨(39)는 강원도에서 피난나와 역시 7천평의 땅콩밭을 경작, 해마다 수십만원씩 저축하고 있다는 것.
『작년도 면전체 자립저축목표가 71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이 목표는「개터골」1가구가 저축한 l백만원보다도 적은 돈입니다.』대신 면장 이점산씨는 관내 27개리 가운데 당산2리가 최고라고 자랑했다.
땅콩재배를 천직으로 알고, 온 마을이 땅콩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이들은 이제『우리에게도 문화혜택을 입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기만 가설되면 TV「붐」이 일터인데 그놈의 전기가 없어 한 입니다.』
「캐터골」의 지도자격인 김원하씨는 재작년부터 전기가설을 진정했으나 허탕만 치고 있다면서 참다못해「배터리」용 일본산 TV를 공동구입키 위해 작년 겨울 TV계를 조직했다고 했다.
또한 김씨는 마을의 주택개량사업을 계획, 온 마을을 양옥집으로 바꾸어 놓겠다면서 작년 가을 제1호로 전근환씨(36)가 문화주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여주군 관내 땅콩재배는 6백668ha에서 연간 7백58t을 생산, 4천여만원의 순수익을 내고 있는데 그중 50%이상이 주산단지인 대신면과 흥천면에서 생산되고 있다.
별다른 관의 도움이 없이 땅콩으로 부촌을 이룬 이들은 재배 과정부터 수확·판매에 이르기까지 숱한 애로를 당국이 도와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현재 관청의 입장은 이들의 노고에 결과를 자랑하는데 그칠 정도라고 농민은 말하고 있다.
이들은 당국이 종자개량사업을 적극적으로 펴주고 땅콩의 탈곡·수확·김매기등의 기계화를 바라고 있다. 특히 마을에 가공공장을 세워 직접 상품화하여 중간상인들의 착취로 부터보호가 시급하며 면에 농협지소라도 설치해 주었으면 예금에 편하겠다고 김씨는 말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