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잘해야 DMZ공원도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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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오른쪽 둘째)이 7월 30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사진 통일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일 대북사업 협의차 평양에 체류 중이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에게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적극적으로 잘해야 비무장지대(DMZ)에 공원을 만드는 것도 잘 되든지 말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사장이 11일 전했다.

 김양건 부장은 “공업지구도 따지고 보면 DMZ에 있다”며 “지금 이렇게 (공단 재가동 회담이) 안 되는 상황에서 DMZ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박 사장은 소개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DMZ 평화공원 조성 사업과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DMZ 평화공원 구상을 거듭 부각했지만 북한은 대남 비난 인터넷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민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한 뒤 공식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김 부장은 4월 초 공단을 방문한 직후 북한 근로자 5만3000여 명의 철수 담화를 발표해 우리 정부가 공단 가동 중단사태의 책임자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박 사장을 통해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 의사를 밝힌 셈”이라며 “다만 개성공단 문제는 후속회담에서 유사 사태 재발방지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책임 있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북한은 지난달 25일까지 6차례 개성공단 회담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는 14일 7차 회담을 앞두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달 30일 평양에서 열린 ‘전승 60주’ 해외동포 행사(북한은 6·25 정전협정일을 전승절로 주장)장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김정은은 둘만의 사진촬영을 지시한 뒤 “박 사장은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때부터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져왔다. 앞으로 조국통일을 위해 함께 손잡고 일하자”고 말했다고 박 사장은 밝혔다. 미국 국적인 박 사장은 1990년대부터 대북사업을 펼쳐 2002년 남포에 평화자동차를 세웠고, 그동안 215차례 방북했다.

 박 사장은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가 지난 4월 방문한 평양의 복합상업시설인 해당화관의 모습도 언급했다. 6층짜리 건물에는 러닝머신을 갖춘 사우나 시설과 당구장·탁구장·마사지실도 들어섰다고 한다. 당구를 잘 치는 여성들이 같이 쳐주고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그동안 ‘남의 발을 만지는 건 중국이나 하는 짓’이라며 자존심을 세우던 북한이 달러를 받고 발마사지를 시작한 점은 놀라운 변화”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지시로 짓고 있는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은 집중호우로 일부가 무너졌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고 했다. 약 22 ㎢의 부지에 360실을 갖춘 호텔과 골프장·산림공원·산악말타기장·건강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인 모습을 돌아봤다고 한다. 10년 걸릴 공사를 올겨울까지 일 년 안에 끝내자고 해서 ‘마식령 속도’라는 말이 생겼다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대북제재로 스위스에서 수입하려던 리프트 등 마식령 스키장 설비 조달에 문제가 생겨 과거 백두산 삼지연에 설치했던 걸 뜯어서 사용할 예정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박 사장은 합작 형태로 운영해온 평화자동차와 보통강호텔 운영권을 북측에 넘겼다고 밝혔다. 대신 평양에 최초의 외국계 단독기업을 세워 유통과 음식·호텔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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