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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은륜의『러쉬아워』|진해 새명물 자전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봄의 숨결이 하루하루 깊어가고 있는 남항 진해시-.
시가의 곳곳을 둘러싸고 있는 벚나무들은 봄의 물기를 흠뻑 빨아 올려 하루가 다르게 짙은 초록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해안도시, 군항제, 벚꽃등으로 유명한 진해시에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했다. 자전거행렬-.

<인구9만에 만여대나>
아침·저녁 출퇴근시간이면 진해의 거리거리엔 은륜의「퍼레이드」가 벌어진다. 빨간색 자전거, 파란색 자전거등 시가지는 삽시간에 원색의 장관을 이루게 된다. 이 시간의 진해시는「덴마크」의「코펜하겐」이나 북구「스칸디나비아」의 어느 거리를 연상시키게 한다. 진해시는 서울등지와 같은 대도시의 교통난은 마치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
인구 9만여명에 1만8천가구가 살고 있는 진해시가 보유하고 있는 자전거 댓수는 1만여대. 한집 건너 자전거 한대씩 있는 셈이다. 그러니 대도시에서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교통지옥」의 소리가 이곳 진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도시계획이 잘 되어있는 곳. 30m 너비의 넓은 도로가 중앙통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쭉쭉 뻗어 있다. 넓은 도로에 적은 인구는 진해시가「자전거 도시」로 되게한 좋은 조건이었다.

<자동차 이용시민 적어>
자전거는 현재 진해시의 제1의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1백대정도의 승용차가 있으나 시민 교통에 미치는 영향은 자전거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총면적 42.28평방㎞인 진해시는 주택가와 근무지, 학교간의 거리가 가까워 시민들은 있는 자동차나마 잘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
공무원·회사원 및 학생들의 출근과 등교가 끝나고 나면 다음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주부들 차례. 가정주부들도 걸어서 시장에 가는 법이 없고 대개 시장바구니는 손잡이에 건채 자전거를 타고서 간다.
진해시의 자전거 행렬엔 외국인도 한몫 끼여있다. 진해에 사는 5백여명의 외국인중 자전거를 소유한 사람은 그 절반에 가까운 2백여명이다. 진해시가「자전거 도시」로 발전하자 망한 것은「택시」업자들. 그래서 시내에 있는 80여대「택시」업주들은 대도시에서 들려오는「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말에 실감을 느끼지 못한채 빈차로 굴리기가 일쑤. 불경기 일변도다.

<민간운동 통해서 보급>
진해시가「자전거도시」로 된것은 순전히 민간운동을 통해서이다. 시 당국이나 어느 기관의 권장없이 시민들이 스스로 벌인운동의 결과이다.
자전거 타기운동의 시초는 3년전 해군통제부 산하 해군부대들이 벌인「출퇴근시간 자전거 타기 운동」-. 그당시 해군통제부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첫째 건강에 좋고, 둘째 아름답고 깨끗한 진해시를 매연과 소음에서 해방시켜줄 뿐 아니라 세째 기름 값등에 들어가는 군경상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세가지 점을 들어 이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 운동이 모르는 사이 점점 민간에까지 퍼져나가 당시 1천여대밖에 없던 자전거가 오늘날 그 10배가 되는 1만여대로 늘어났다.

<공해없는 맑은 도시>
덕분에 진해시가 오늘날 서울·부산등 대도시에서「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되고 있는 교통난과는 거리가 먼 밝고 깨끗한 거리가 되었다. 김철년 진해시장도 자전거 타기운동을 솔선 수범, 출퇴근 시간에는 시장에게 배당된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탄다. 김시장에 이어 모든 공무원들도 자전거로 출퇴근하게 되고 그래서 진해시의 자전거 행렬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20일 아침「러쉬아워」때는 일반시민들과 아울러 자전거로 출근한 김시장은 ①시민의 체력향상 ②명랑한 생활상 주입 ③경제적인 생활장려 ④도시민의 고통거리인 매연·「개스」 등 공해가 없는 맑은 도시를 이룩하는등의 이점이 있다면서 자전거 타기운동을 계속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코펜하겐」과 결연추진>
대도시의 경우 오늘날 교통난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교통난은 이제 불편한 정도로는 표현될 수 없고 참고 견디기 어려운 점도「러쉬아워」에 출퇴근 인구가 많은 변두리 지역은 「차타기 싸움터」. 이러한 교통 지옥때문에 서울의 경우 매일같이 지각하는 시민이 평균 7만에 이르고 있다 한다.
이와같이「교통 제로」의 상태에 있는 대도시에 비교해볼 때 진해시는『질서있는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것. 교통수단이라는 면에서 볼 때 마치「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진해시민에 있어 이제 자전거는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진해시는 시민들의 자전거 열을 한층 더 고취하고 다른 도시에서도 이 운동이 파급되어 가도록 자극하기 위해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코펜하겐」시와 자매결연을 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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