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양독수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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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분단 25년. 적대관계를 계속했던 동-서독은 예정했던 대로 19일「에르푸르트」에서 최초의 양독 수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오랫동안 경직상태에 있었던 독일문제가 대화와 협상에로 이행한 역사적인 전환점을 이룩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3월19일은 동-서독 수상간의 첫 대화가 이루어졌다는데서 독일사상에 크게 기록될지도 모른다.
동-서독 수상회담은 처음부터 극적인 성과를 기대할 만한 성적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회담이 열렸다는 그 자체에 보다 더 큰 의의가 있었다.
미상불 l차 양독 수상회담의 결과를 보면, 극적인 성과도 없었거니와 특기할 만한 것도 없었다. 다만 합의된 것은 회담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며, 오는 5월21일 제2차 수상회담을 서독의「카셀」에서 개최하기로 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회담이 끝난후 동-서독 수상은 각기 그 유익성을 말했다고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것은 오히려 상반된 동-서독의 주장이 명백히 제안된 점일 것이다. 즉「슈토프」동독수상은 ①서독이 동독을 외교적으로 승인할 것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할 것 ②현「유럽」국경선 및 각국 영토의 현상 인정 ③반공·반동독 정책의 폐기등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와 반면「브란트」서독수상은 동독의 외교적인 공식승인을 거부하는 대신 양독 관계를 특별조약으로 규정할 것을 제의하면서 양독간의 공통이익 및 분규는 동-서독 정부간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해결할 것과「베틀린」에 상주대표부를 설치할 것을 제의했다.
양측의 주장은 서로 엇갈리고 있으며 이러한 것이 가까운 장래에 쉽게 해결될 것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회담은 앞으로도 난항을 거듭할 것이며 그것이 장기화할 것도 예상할 수 있다. 동 회담에서 어떤 결말이 나올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고 그 전망은 자못 묘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앞으로 회담이 거듭된다고 하면 서로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점차 이해를 깊게 하게 될지도 모르며, 이러한 대화가 오래 계속되면 어떤 근사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먼 장내의 언젠가는 독일통일 문제에까지 구체적으로 토의할 때가 당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서간의「이데올로기」상의 대립은 앞으로 1세대 또는 2세대가 지나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서간의 긴장완화는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진정한「화친」이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분단된 독일이 화해하고 통일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되고 있다 하더라도, 동독이나 소련은 현상 고정의 영구분단을 바라는 것이 사실이라고 보겠다. 또 공산측은 동-서구 또는 동-서독간의 접근을 시도하면서도 그것에서 파생할 동구내의 자유화풍조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서독 수상회담의 전도에 대해 낙관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독일정세와 한국정세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구락파에서는 이른바 평화공존「무드」가 감돌고 동-서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하더라도「아시아」와 한국에서는 의연히 공산침략세력의 도발로 말미암아 긴장이 계속되고 있음을 명백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 그에 따른 대비책을 투철히 해야할 것이 계속 요구되고 있다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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