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의 화재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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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월에 부는 바람은「꽃샘」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지만 요즈음 날씨는『꽃샘바람에 장독 깨진다』는 옛말처럼 의외로 쌀쌀하여, 집집마다 식구들이 감기에 걸릴세라 야단들이다. 그런데 봄바람은 차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서운 화마를 불러들이는 원인도 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치안국에서 집계한 화재발생의 월별 통계를 보면 발생 건수 4천 1백 81건 중 3월에 4백 35건(3위) 4월에 3백 65건(5위)으로 봄철의 화재는 겨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의 명륜동에서「누전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이 된 화재로 3명의 인명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났거니와 올 봄에도, 예년에 없었던 획기적 화재 예방대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많은 화재가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참고로 최근 3년간의 화재 발생추세를 보면 67년에 3천 4백 82건(8억 4천여만원 손실) 68년에 3천 9백 9건(15억여만원 손실) 69년에 4천 1백 81건(15억 6천여만원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해를 거듭할수록 화재는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지난 2월 12일부터 1개월간 서울 시경에서 실시한「안전진단」의 결과를 보면 공영주택의 73%. 접객업소의 26%는「연탄 개스 및 화재위험」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으며, 동시에 서울 변두리의 산허리에 즐비하게 건축된 시민「아파트」도 안전사고 대책이란 측면에서 검토해본다면 결점이 많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는 69년도의 경우, 수원시의 면적(2천 7백 50여만평)만한 도시가 불에 탔었으나 일반의 소방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허술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한편 최근에 화재발생 건수가 매년 26%, 피해액은 평균 81%씩 증가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그 중요한 것으로 ①인구의 증가 ②건물의 밀집화 ③연료의 유류 전환 ④연소물의 다원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자연적 조건에 곁들여 소화장비와 방화시설 쪽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서 발생되는 화재 건수의 42%를 차지하는 서울의 경우를 보더라도 소방차의 부족은 심각한 것이다. 69년 말의 실정을 볼 때 서울과 인구가 비슷한 일본의 대판에는 5백 11대의 소방차가 확보되고 있는데 비해 서울에는 불과 69대의 소방차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 69대 중 43대는 폐차 처분의 단계에 있는 고물이고, 또 이 69대 중 53대가 고작 물을 실어 나르는 물「탱크」차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불이 발생할 가능성도 많지만 막상 불이 일어났을 때 소화에 나설 장비 역시 어이가 없을 정도로 미약한 것이다.
소방당국에서는 서울의 도심지인 중부소방서 관내에 3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2천 5백 4채가 있는데, 이 중 약 80%가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았거나 엉터리 시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층건물은 많은 경우 위법건물일 뿐 아니라 「도시에 도사린 흉기」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나라는 그 소방대책을 위해 우선 의식면에 있어서는 물론, 장비·시설 면에 있어서 하루 빨리 그 후진성에서 탈피해야할 것 같다. 특히 봄철을 맞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들의 주변을 다시 한번 살펴 볼 것을 아울러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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