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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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 저작권 가입문제는 시비가 분분하다. 찬반은 저작자와 출판업자로 나뉘어있다. 한쪽은 저작권을 침해받을 수도 있는 편이고, 다른 한쪽은 그런 출판물을 간행할 수도 있는 편이다. 자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흥미 있는 것은 찬반 모두의 주장이 옳다는 사실이다.
찬성의 명분은 뚜렷하다. 「국가의 위신」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국내 창작가들의 권익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그들은 시기상조라는 말에도 비판적이다. 선진국과의 대등한 위치에 설날은 언제이겠느냐고 회의한다. 창작가들의 주장 속엔 고무적인 면도 없지 않다. 국내작품의 해외진출을 앞두고 그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자는 것이다.
그러나 출판업자의 주장도 신랄하다. 도서무역의 경우 14대1의 역조현상을 빚고 있는 실정에서 외자의 유출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그 액수가 27만 7천 7백「달러」에 이르리라고 전망한다. 더구나 저작활동의 황무지인 현실에 눈감을 수는 없다. 발전 도상국가의 지적인 공복을 무엇으로 채우겠느냐는 주장엔 「페이더스」도 없지 않다.
현재 모든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자유중국을 지적할 수 있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의 이른바 해적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한때 「경제학」의「텍스트·북」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금과옥조로 인용되던 「새뮤얼슨」교수(미국MIT대)의「경제학」도 여기선 벌써 복사판이 나왔었다. 이런 해적판들은 「홍콩」등지로 수출까지 되고 있다.
물론 그 수출 수입보다는 외국 저작에의 문호를 활짝 열어 놓으려는 의도에 더 비중이 있다. 심지어는 출판물의 천국은 대만이라는 익살조차 나온다.
국제저작권은 「베른」조약과 「유네스코」저작권 조약, 두 가지가 있다. 벌써 84년 전에 선언된 「베론」조약에는 현재 5개국이 가입 되어있다. 「베른」조약에 따르면 저작권은 저작자의 사후 30년까지 보장된다.
미국 쪽의 저작권이 주로 문제가 되는 조약은 「유네스코」저작권이다. 이 조약은 불과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이전 만해도 미국은 엄연한 해적판 국가를 면하지 못했다.
모든 창작물은 인간정신의 소산이란 점에서 보호되는 것이 마땅하다. 톱니바퀴 하나를 만들어낸 경우와는 구별이 될만하다.
그러나 여기에 가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기준은 어디까지나「국가 이익」에 있을 것 같다. 유독 한국만이「신사국」이어야한다는 결벽성은 설득력이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경우야말로「햄릿」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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