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신병」은 실재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무당이 「신 잡혔다」「신 들렸다」는 것은 사실인가? 또 그것은 과연 어떠한 현상인가? 국제대 민속학 교수 김태곤씨는 이를 긍정적으로 분석, 발표했다. 그는 7일 감리교신대 한국 원시종교 연구소가 마련한 「샤머니즘·세미나」에서 「입무 과정의 강신 신병 현상」을 주제로 하여 무당이 신을 받는 과정을 학문적인 입장에서 밝혀냈다.
김 교수는 무당의 3가지 형태-가족적으로 이어 받는 무당(세습무), 돈벌이로 하는 무당(경제무), 신을 받은 무당(강신무)-중에서 강신무를 중점으로 다뤄 풀이했다.
종래 「신내리는 현장」에 관해 촌산 등 일인 학자들은 「무병」이란 말로 설명했는데 그는「신병」이란 말로 대치했다.
이 「신병」은 보통의 질병현상과는 다르다. 무가 되려면 신병을 거쳐야하며 신을 받아야 그 병은 치료되는 것이다. 때문에 「신의 유무」와도 관계를 갖는 문제성을 갖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민속학적으로 볼 때 신병은 무당·박수와 선무당계의 경꾼의 일부에서 나타나며, 그 분포는 호남·영남·제주에선 드물고 그 이북에 많다.
김 교수는 신병증상을 발생적 유형으로 분석, 다음 4가지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①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로 『까닭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자주 혼수에 빠지고 어떤 순간 충동적으로 춤추고 깨어나 무가 된다.』②신현몽에 의해 무가 되는 경우로 꿈속에서 천하대장군 혹은 스승을 만나 점치는 법을 배운다. ③갑작스레 질병에 빠져 무가 되는 경우로 갑자기 몹이 쑤시고 아파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무가 되겠다고 빌므로써 말문이 열려 무습을 배운다. ④돌연히 정신 이상이 일어나 무녀 집을 찾아 신을 받는다.
이들 가운데 공통된 특징은 ①우연히 시름시름 앓고 ②밥 못먹고 심한 편식을 하며 ③몸이 마르고 허약해지고 ④꿈이 많아지고 꿈에서 신을 자주 보며 ⑤신체적으로 쑤시고 뒤틀리며 편통증·혈변증·기억상실증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⑥의약적 치료가 불가능하며 ⑦강신무를 통해 비로소 치료되며 ⑧나은 다음에 무를 그만두면 재발하고 ⑨세속을 떠나 종교생활을 하고 픈 충동에 사로잡힌다는 등이다.
신병의 현상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시베리아」「오스트레일리아」의 「샤먼」이나 「메디신·맨」에게서도 보이며, 미주 및 「아프리카」의 원시민족들에게서도 조영신이나 영웅신의 현몽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문화적 단계로 차이가 보이지만 모든 미개 민족에 있어서 신병 현상은 있는 것」이며 「이러한 신병현상은 현대의 고등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신병은 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신에게 귀의하려는 종교적 현상인 때문에 본질상 인간 본성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원초적 종교심이며, 문명인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단지 문화적 요소가 이것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의 토론에서 서정범 교수(경희대)는 무의 언어조사를 통한 접근방법을 설명, 「샤먼」이 어원적으로『흥분한다·구타한다』에서 왔다는 점을 덧붙였다.
또 유병덕 교수(원광대)는 『원시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볼 때 무는 좀더 발전된 형태이며 이것을 기독교적 「접신」이나 불교적 「도통」과 유사한 것』이라고 보았다.
문상희 교수(연세대)도 신병을 『인간 이상의 실재를 만나는 일이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종교적 체험 현상』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