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대부부 목찔려 피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동두천=금창태·정관현기자】5일 상오 9시쯤 경기도 양주군 동두천읍 생연4리541 이보경씨(77)집 아랫방에 세든 김화남씨(27)와 임신 5개월된 김씨의 아내 정금례씨(21)가 방안에서 모두 예리한 흉기로 목이 반쯤잘린 시체로 발견됐다. 이들의 죽음은 집주인의 아내 최준이씨(52)가 마당을 쓸다가 아침 늦도록 김씨 부부가 일어나지 않고 이들의 외딸 윤정양(3)이 방안에서 심하게 우는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었다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죽은 김씨는 이마에 흉기로 맞은 타박상과 목 앞부분이 도끼날 같은 흉기로 두번쯤 찍힌길이 13cm, 깊이 7∼8cm의 상처가 있었고 오른쪽 귀도 5cm쯤 찢어진채 푸른색 해군작업복 차림으로 출입문 맞은편 벽밑에 엎드려져 있었다.
검정 [원피스]를 입은 정씨는 목 앞부분에 길이 13cm, 깊이 5·5cm로 똑같은 흉기로 찍혀있었고 머리의 타박상에 오른쪽 귀밑도 5cm쯤 같은 수법으로 찢어진 모습으로 방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 쓴채였다.
동두천지서에 수사본부를 둔 경찰은 이 사건에 미군이 관련된 것으로 보고 한미합동으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김씨방 옷장문이 열려져 옷가지등이 흩어져 있으나 그안의 금반지 1개·[카메라]·손목시계·18만원이든 농협동두천지소 발행 예금통장과 김씨의 도장·미군표 30[달러] 등 귀중품이 그대로 있는 점으로 미뤄 강도 살인보다는 원한관계 때문에 빚어진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사건이난 방안에는 소형자동전축에 판이 걸린채 돌고 있었고 2개의 재떨이에는 미제[말버로]·희망등 40여개의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었으며 사기재떨이 한개는 박살이 나 있었다.[소파]위의 침대용 베개에는 범인이 손을 닦은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묻어 있을 뿐, 격투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주인 이씨의 아들 이현모군(19·동두천고등학교 3년)의 말에 의하면 죽은 김씨 부부가 새벽 1시쯤 전축을 틀어놓고 심하게 말다툼을 벌이다가 정씨의 우는소리가 들렸고 도끼로 장작을 매는 듯한 소리가 들리다가 잠잠해 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옆집에서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최정남씨(49)는 이날 상오 0시10분쯤 죽은 정여인이 가락국수 두 그릇과 라면 한 그릇을 배달해 달라면서『라면은 미군이 먹을 것이니 특별히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혀 경찰은 김씨 부부가 죽은 시간을 5일 상오 1시∼2시 사이로 단정, 사건직전까지 김씨집에 머무르고 간 미군의 신원을 수배했다.
경찰은 또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끼자국이 정씨의 베개에도 13cm쯤 있는데 다 미군야전용 손도끼 일수도 있다는 점, 또 지난달 중순쯤 미군 흑인병사가 김씨에게 반지와 시계를 맡기고 돈을 빌어간 뒤 갚지 않는다고 다툰 점등도 캐내고 동두천일대의 미군병사가이 사건에 관계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다각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방에서 주사기 1대, 대마초 1부대, [해피·스모크] 60갑, 대마초가루 3되등을 발견, 김씨가 동두천일대의 미군을 상대로 마약밀매를 해온 점도 밝혀냈다.
수사본부는 김씨의 집에 출입이 평소 잦았고 의형제를 맺었던 [윌리] 하사등 미군 2명의 사건당일 행적조사를 미군측에 요청했다.

<김씨 주변>
죽은 김씨는 지난해 3월 인천에서 부인과 함께 윤정양을 데리고 동두천으로 이사왔다.
김씨는 낮에는 주로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피엑스]물건 장사를 하고 밤에는 [펨프] 생활을 해왔다.
사건 전날밤 8시쯤 2명의 미군이 김씨 방에서 나오는 것을 이웃 김태선씨(20)가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마초를 희망 담배에 섞어 [해피·스모크]를 만들어 한갑에 3백원씩을 받고 집으로 찾아오는 미군들에게 팔아왔다는 것이다.
김씨는 성명미상의 흑인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말도 있었는데 얼마전에는 이 흑인으로부터 새 총을 선사받기도 했다는 것.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