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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경제 백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경련은 4일 [69년 민간경제백서」에서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를 지적하고 앞으로의 문제해결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고율의 외자도입과 고도소비로 69년의 성장률이 15·5%를 기록하기는 했으나,그대신 경제구조의 불균형이 심화하였고, 특히 농공불균형으로 연간 2억 [달러]의 식량수입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공업화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정부주도하의 개발정책은 재정확대와 조세부담의 누증, 금융자율성의 결여를 유발시킴으로써 대내적으로 기업의 정부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기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서 백서는 통화량증가와 물가상승, 그리고 수송난등 기본적인 불안정 요인이 누증되고 있으며, 무역수지역조와 외화가득률의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누적되는 대외부담에 대한 원리금상환압력이 70년부터 가중됨에 따라서 제기되는 일련의 문젯점에 대해서 전경련은 외자도입정책과 그 상환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전경련은 그와 같은 현실분석을 근거로 하여 안정기조의 확립, 경영체질의 개선, 수출지원정책의 전환, 농공불균형의 시정, 외자정책의 시정등 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경련의 현실분석이나 시정책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시되던 각계의 의견을 종합한 성질의 것으로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도성장의 성과에 대한 참여율이 가장 높은 전경련이 그러한 각계의 비판적 의견을 종합하여 자체의견으로 공식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여 오늘의 경제문제에 대한 현실판단이나 전망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의 낙관론이외에는 이렇다 할 종합적인 의견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또 의견제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임이 숨길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적인 전경련이 비교적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소신이 서 있기 때문이라 하겠으며 그만큼 당국으로서는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경제문제에 관한한 절대적인 단정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그 때문에 동일한 사실을 가지고 낙관도 할 수 있고 비관도 할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경제문제는 토론을 거치지 않고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속성을 가지는 것임을 직시해야 할 줄로 안다. 만의 하나라도 토론의 길을 막는다면 경제상의 모순은 누적되어가서 결국 모순이 노출되는 시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딜레머]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전체에 손실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본질적 경제동향을 이른바 제도나 힘만으로 시정시킬 수 없는 것이라면 경제문제에 관한한 이를테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아니되겠다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전경련의 민간경제백서가 새로운 정책결정과정을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되어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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