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기와집 보존구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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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장 수가 많고 또 직접 이나라의 역사를 짊어지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는 일반 국민대 중은 고래로 자기자신들 유적유물은 남겨 놓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고대건축물도 관공서 아니면 종교관계뿐이고 무덤도 부장품도 모두 왕공귀족의 것들 뿐이다. 사실 우리는 현재 단 한채의 신라 사람의 민가도 없고 한 켤레의 고려사람의 신발도 가지고 있지 못한다.「문화재 문화재」하면서 우리는 이조이전의 한국인의 생활에 관해서 도대체 몇 점의 문화재를 가지고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구상하는 기와집 보존 구역안은 문화재 부수기로 이름난 서울시로서는 근래에 보기드문 큰「히트」며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났는지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현재 문화재 관리국이 문화재나 사적으로 지정하고 있는 이조시대의 일반 주택으로서는 역시 양반들의 것이기는 하지만 아산의 행단이라든지 월성의 무서당, 의성김씨의 종가등 몇 채가 있기는 하나 미국의「윌리엄 즈버그」모양으로 거리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적이나 재래문화보존 지구로서 보존한다는 생각은 우리나라서는 처음이며 서울을「한국의 서울」로 남겨두기 위해서는 정말 꼭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기가막힌「아이디어」도 현실에 있어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허다한 문제들을 안고 있기도 하다. 우선 당장 생각하더라도 현재의 그 지역주민들이 과연 언제까지나 그 지역 그 건축에 만족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걱정이고 그 기와집들이 낡아서 쓸어질 때, 아니 불이라도 나서 타 없어 졌을때 어디서 그 재목과 기와를 구해오고 누가 그 비용을 댈 것인가 하는 것도 큰 두통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스칸디나비아」의「스칸센」이나「솨라스라이」같은 광대한 야외민속촌을 우리도 어서 세워 거기에 각지의 대표적 민가들을 이건해서 우리재래식 생활문화와 환경을 영구히 보존·전시하는 방법도 다시 한번 논의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단 몇채의 민가라도 아주 없어지기 전에 어서 지정해서 자손에게 남겨줄 방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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