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앙의 사회적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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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일 하오 YMCA 강당에서 총회를 갖고 발족한 한국종교학회(회장 박양운)는 창립기념으로 굴일랑(호리·이찌로)교수 (동경대문학부·종교학)를 초빙,『민간신앙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가졌다. 다음은「호리」교수의 강연 내용이다.
한국과 일본의 상호이해는 종교면에서 극히 중요하다.
과거 1백년간 양국관계는 퍽 불행했다. 그러나 선사시대부터 일본은 한국에서 많은 문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오늘날의 문화교류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고대일본은 역서조차 없는 상태였으며 한국을 통해 문화적 생활을 하게된 것은 동이전, 일본서기등에도 나타나는 사실이다.
때문에 일본고대문화, 종교를 생각할 때 일본을 따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북중국·한국을 포함한 문화권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
고대문화의 흐름은 남방도작과 그 종교의식 그리고 북방「샤머니즘」의 유인이었다.
예를들어「샤머니즘」이 일본에서 민간신앙형태로 볼 수 있는 것은 흥미롭다. 일본에서 불교 음양교「샤머니즘」은 화합됐으며 사회 불안기에「샤머니즘」이 거기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종교운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눈에 띈다.
「샤먼」(무)의 기능은 사회 불안기에 뿐 아니라 일상생활 특히 자연에 지배되는 농촌에서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일본농촌에 있어서는 조상에 대한 제사에 무는 뺄수 없는 존재다.
일본의 무는 역사상 한국에서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현재 보이는 것은 둘로 구분된다.
하나는 신흥종교의 교리가 갖는 저격, 즉 강신무 형태이며, 다른 하나는 동북부지방에서 보이듯이 훈련을 통해 전승한 형태인데 이것은 일본농촌에 널리 퍼져 있다.
중세불교와 습합된「샤먼」은 특히 불교와 접합, 예능화했으며 강신무는 여기서 그 기능을 변하게 됐다.
민간신앙의 주류를 이룬 것은 자연종교 형태인데 특히 주술적인 것이다. 이것은 기성종교에서 보면 미신적인 것이다.
국문신앙의 중요성은 종교적 내용이 아니고, 민중들과의 영향관계·사회적기능의 면이다.
기성종교는 철학적인 내용보다도 신흥종교같이 민중교화에 분을 돌려야 할 것이다.
기성종교는 자연신앙·민간신앙이 발달되어 성립된 것이 있으며 민간신앙을 부정하고 대립하여 성립된 것이 있다. 기성종교가 대교단화 한 단계에서 민간신앙을 이용하고 수단으로 쓰는 형태를 취하는 것에 주의해야겠다. 예를 들어 불교에서「방변」이란 말을 쓰면서 높은 종교상태로 이끌기 위해 민간신앙을 이용하는데 여기에는 자칫 민간신앙에 야합,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민간신앙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있다. 민간신앙은 자연종교에 뿌리 박고 있는데 이것은 인류공통신앙형태인 것이다.
인류의 종교적 행위는 사회성과 함께 있으며 때문에 넓고 깊은 근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자에 대안 종교의식은 구석기 시대부터 비롯했으며 인간존재에 대한 사고를 갖게 한 시원이 되었다.
죽음과 자기 존재불안감은 의식이 생겨났으며 이 해결책의 탐구가 사자의식이었다. 문화발생의 동기는 죽음의 파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의 민간신앙이 있어 왔는가는 의문이나 한국등지에서 일본으로 흐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농경은 정주에서 시작되며 공문과 시간의식이 생겨남을 뜻한다. 농민들은 유한성을 자각하며 자기를 중심으로 해서 세계변화를 파악한다.
농민은 농작물에서 생명과 우주를 깨닫고 피지배·숙명을 깨달았다. 여기서 주술신앙이 발생한다. 때문에 인종이 다르더라도 농경민의 신앙은 같게 마련이다. 밀농사 종족이나 쌀·옥수수 경작민이나 공통적이다. 일본인중에는 쌀을「보살님」이 부르는 사람도 있다.
농작은 민간신앙이 뿌리박는 온상이며 이것은 모든 나라가 공통이다.
특수성으로는 일본의 영웅숭배 경향이 있으며「오야」숭배가 천리교등 신흥종교에서도 두드러진다.
토속신앙과 기성종교간에는 서로 받아들여 재편성하는 작용이 있다. 종교의 전파는 토착사상과의 상호영향관계에 있다. 의식과 내용은 받아들이나 정서적 신앙자체는 이식되기 어렵다.
토착화의 문제는 민간신앙에 있다. 일본불교는 토착화가 심해 정토종은 불교가 아니라는 말까지 듣는다. 민중의 가치체계에 적응한 결과였다.
이것이 오늘날 기성종교선교의 공포문제다. 기성종교는 세속과 대립하는 것이며, 사회상부구조에 부딪칠 뿐 국문에 파고들지 못한다.
민간신앙을 연구·분석한다는 것은 민중의 사회심리·가치체계를 발견하는데 그 중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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