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회 삼·일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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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19년 3월1일 우리민족이 독립선언을 발표하고 거대한 항일투쟁을 벌인지 어언 반세기가 지나, 우리는 제51회 삼·일 절을 기념하게 된다. 삼·일 운동은 우리 민족의 각계각층이 이질적인 대립을 넘고, 민족독립의 대의를 의해 합심협력, 악독하고 잔인한 일제통치세력을 뒤집어엎기 위해 용감한 투쟁을 벌였던 민족운동이요, 민중운동이다.
이 운동은 그 규모의 크기에 있어서도, 그 저항의 깊이에 있어서도, 우리민족의 자유투쟁사상 금자탑 적 기록을 남긴 것이었음은 물론, 전세계 피 압박민족의 독립투쟁사에 있어서도, 찬란한 광채를 내는 위대한 저항운동이었던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이 빛나는 투쟁의 봉화를 오늘의 입장에서 회고하고 기념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민족적 견지에서 가슴 깊이 생각해야될 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소견을 밝힌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민적인 단결을 회복하는데 삼·일 운동을 그 정신적인 귀감으로 삼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삼·일 운동은 빼앗긴 자유와 독립을 되찾기 위해 우리 민족이 계급의 차, 빈부의 대립, 종교적 대립. 지방간 대립을 모두 극복하고 남녀노소가 합심해서 벌였던 민족적 투쟁이다. 이는 물론, 삼·일 운동이 이민족의 압제에 반대하는 민족 독립 운동이어서 각계각층간에 통일전선이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 하지만, 민족의 생존을 위해 소리를 버리고 대동 단결하는 장신은 두고두고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국토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데다가, 자유통일의 모태가 되는 대한민국 안에서도 정파간에, 부간에, 세대간에 분열·대립이 뿌리깊이 조성되어 국민적 단결마저 바라기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 우리가 이 대립을 합리적으로 지양해소하고, 모든 불신의 씨를 제거하여 공고한 국민적 단결을 회복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다사다난한 국제정치의 환경 속에서도 능히 자주독립을 보전하고 자유통일의 터전을 닦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 우리에게는 국가사회의 원자적인 분열·와해, 그리고 그것이 필연적으로 자아내는 파멸만이 남아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유달리 강조치 않을 수 없는 소이이다.
다음 우리는 올해가 일제에 의한 한국침략 병탄, 만 60주년에 해당하는데 대해 대중적 관심을 환기하고 싶다. 60년 전 우리 민족은 망국의 비련을 당했다가, 25년 전 8·15해방으로 자유와 독립을 되찾을 수 있게되었다. 그러나 몇 해전 일본과 재 수교한 우리 나라는 또다시 일본세력의 진출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여있다.
한일간의 재 수교는 국제정치의 흐름으로 보아서 불가피했던 점이 있고, 재수교가 우리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플러스」를 주었는가, 「마이너스」를 주었는가를 평가하기에는 아직도 시기 상조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일본은 채권국으로 등장하고, 우리 나라는 채무국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국민이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는 경제적·문화적 예속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다.
오늘날 국제사회에 있어서 국가간의 채권-채무가 반드시 지배와 예속을 의미치 않고 국제경제협력의 일환으로 간주되고 있음은 부인치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발전단계나 국력의 크기에 있어서 격차가 심한 국가간의 그것은 바로 신 식민주의 조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까닭으로 우리는 일본과 우호·친선하게 살기를 원하면서도 국민적인 경각심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일본이 2,000년 내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건망증 환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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