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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소년과 노를 저어…하늘에 별은 안보이고-천경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피자」에서 「로마」항 「플랫폼」에 섰던 나는 다른 철로에서 「나폴리」행이 와서 올라 타버리고 말았다. 「솔렌토」에 가고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길 내키는 대로 여행을 한다면「갱」 「카포네」 의 고향인 「시칠랴」도까지 내려가게 될 줄도 모르는 자기가 한심스럽기만 했다.
「나폴리」 에서는 「코트」를 벗었다.
역에서 만난 장돌뱅이 소년 「안즈」와 함께 나는 「나폴리」의 하루를 보냈다.
국립박물관에는 「폼페이」에서 발굴한 회화, 「모자이크」, 조각, 기타 등 「로마」시대의 미술품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유명한 「산마르티노」 승원은 높은 구릉에 서 있는데 밤에 바라다 보면 조명이 되어있어 「크리스머스·케이크」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안즈」는「산타루치아」에서 「보트」를 타자고 했다.
나는 소년다운 생각이라고 호감이 가서 좋다고 했다. 그런데「보트」대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안즈」에게 속았구나 생각하니, 노를 젓는 「안즈」가 갑자기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러나 「산타루치아」에서 바라다 보이는 「나폴리」만은 아름다웠다. 야생한 열대식물, 버섯모양으로 자란 소나무, 하얀 집들, 누가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는 말을 남겼지만 풍광명미라는 문구는 「나폴리」를 두고 쓰여졌던 것 같기만 했다.
「안즈」는 별안간 젓던 노를 놓고 어른 같은 눈초리가 스민 아름다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유 벨라』했다.
『벨라』『벨라』-「호텔」소제부도 그랬고 「플로렌스」에서도 들었는데 도대체 『벨라』가 뭘까하고 물었다. 영어로 아름답다는 뜻이라고「안즈」는 힘들게 설명해주었다.
나와 그 『벨라』라는 것은 번지수가 좀 다른 것 같았지만 도대체 내가 몇 살로 보여서 『벨라』라 하느냐고 물었다. 「안즈」는 수첩을 꺼내더니 「2」 하고 「7」, 27세라고 썼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오 훗훗호』하고 하늘을 쳐다보고 웃었다. 하늘엔 노래에 나오는 하얀별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대낮이니까. 그런데 「안즈」는 또 『유 벨라』했다. 묘한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면서. 참사람 환장할 노릇의 「산타루치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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