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가…"비탄 속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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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귀환자 집 주변>
꼭 돌아올 줄 믿고 있었으나 돌아오지 못한 미귀환자 가족들은『그럴 리가 있느냐』면서 비탄에 잠겼다.
서울에 있는 조종사 유병하씨 집, 강릉에 있는 김봉주씨 등 11명의 미귀환 가족들은 북괴의 만행을 다시 한번 저주하며 돌아오지 않은 남편과 아빠를 부르면서 집안이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기장 유병하씨(서울 용산구 공무원「아파트」204호)집에서는 부인 엄영희씨가 파랗게 질린 채 관계기관을 찾아『어떻게 된 일이냐』고 알아보고 다녔다.
엄씨는 6·25때 공군으로 북괴와 싸운 남편이 북한잔류를 희망했을 리가 없다면서『애들이 아빠를 찾는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다』고 목이 메었다.
▲성경희양(서울 성북구 석관동 205의 10)납북자의 송환을 전세계에 호소하고, 귀환 하루전인 13일 돌아온 아버지 성충영씨가 맥풀린 채 딸을 억지로 잡아두는 북괴의 만행을 저주했다. 성양의 어머니 이씨도『그 애가 못 온다니 웬 말이냐』고 울먹였다.
▲정경숙양(서울 영등포구 화곡동 24의 341)정양의 오빠 성수씨는『정양이 돌아오지 않을 리가 없다』면서 미귀환을 믿지 않았다.
올케 김종훈씨 등 가족들은 정양이 돌아오지 못하는 11명에 끼었다는 것이 확인되자 문을 잠그고 모여서 한숨이었다.
▲김봉주씨(강릉·영동방송 기자)의 약혼녀 차모양(24)은 여씨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자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1월 27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고향인 아산에 다녀온다고 떠났다가 납북됐었다.
▲채헌덕씨(38·강릉 자혜병원장)의 부인 김수련씨(34)는 15일 서울 성북구 도봉동 121 친정에서 당국에서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고 발표한 이상 남편 등 잔류자의 조속 송환을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면서 울먹였다. 김씨는 한때 범인가족으로 발표돼 당한 고통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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