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에 한번 걸리는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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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 체신부 산하 전기통신연구소 특별조사반의 보고에 의하면 서울시내전화의 교환기계는 모두 재래식으로 그 통화완료율이 EMD식 국의 경우 약 35%,「스트로저」국의 경우 약51%로 나타나, 펑균 세 번 걸어야 한번쯤 통화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체신부의 공식집계보다 더 훨씬 나쁜 것으로 이제까지 체신부의 조사보고도 부정확했음을 드러냈다.
요즈음 전화의 통화상태는 극히 불량하여 전기통신연구소의 특별조사반 보고에 의하지 않더라도 지극히 불량하다는 것을 시민들은 매일매일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오접선이 많으며, 고장이 잦고 도수료 계기고장 등으로 인하여 시민들은 전화통을 「짜증통」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밤늦게 또는 아침 일찍 걸려오는 전화일수록 잘못 걸려오는 것이 많아 전화 가입자의 분통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느끼게 하곤 한다.
전화야말로 문명의 이기로 전화는 오늘날 대도시의 신경기관과도 같은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것이 35%밖에 소통되지 않는다는 것은 신경마비로 인한 3분의2 반신불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내전화조차 이러하거늘, 시외전화에 이르러서는 논할 여지조차 없다. 자동즉시화를 부르짖은 지도 상당히 오래되었건만, 지급 아니면 하루를 기다려야만 통화가 되는 곳도 있다고 하니, 고속도로를 따라 일 왕복하는 것이 전화 한 통화 하는 것보다도 빠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체신부는 그 동안 전화시설이 60년의 4천, 가입자수에 있어서도 약 4배의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이들 시설확대가 국민의 수요에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시외통화량은 60년의 7백 25만 통화에서 68년에는 5천 5백 85만 통화로 7·5배 이상이나 늘어났고, 63년도의 전국 시내 자동 통화 수는 3억 2천 6백만 통화였는데, 68년에는 13억 2천 3백만 통으로 늘어 4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68년 이후에도 급증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는데 체신부의 시설용량은 기껏 산술급수적으로밖엔 늘지 않아 국민들의 전화가입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하고 있다.
체신부의 시설용량의 확충도 불구하고 통화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는 성능이 나쁜 국산시설과 시설에 넘치는 전화가입자의 포화상태 때문이라고 전기통신연구소는 분석하고있거니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체신부 당국의 계획의「미스」외국산 시설제조업자의 농간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번 BTM사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에서 사들이고있는 EMD 전화교환 시설은 구식이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크로스바」제도로 변경할 것을 건의했다고 하는바, 한국이 왜 국제가격 보다 2·5배나 비싼 구식교환시설에 의존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거기다 EMD식 교환시설을 대체하는데 있어서도 개발한 서독에서조차 안쓰는 정밀전자교환기를 도입하고, 운용 불능상태에 두고있는 데에도 모종의 흑막이 있지 않나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신임 체신부장관은 그 동안「앙케트」를 돌려 회수하였기에 국민의 요망을 알았을 것이고 전화 행정의 적폐도 알았을 것인즉, 차제에 획기적인 전화통신제도의 개혁을 단행해주기를 바란다. 5불만 내면 즉시에 가설해주는 미국의「벨」전화회사를 본받기는 당장 어려울지라도 이 이상 현재와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서울의 EMD 자동교환기를 중소도시로 재 배정, 서울에는 대규모의 새로운「크로스바」교환시설을 갖추는 것 등도 연구해 주길 바란다.
체신부의 회계는 68년도에도 81억 6천만원이나 순익을 내었는바 이것을 전화 통신시설 개선용으로 써서라도 획기적인 개선이 있기를 바란다. 전화고장으로 인한 신경마비를 하루빨리 치유하여 모든 사업의 능률이 향상되게 해주길 체신부 당국에 거듭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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