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멘토와 농촌 청소년 '함께 꿈 찾는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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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드림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서울대 학생들과 강원도 진부고 2학년 학생들이 꿈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진부고 전하나·박채령양, 서울대 권영준·조동우씨, 진부고 안지완·이주영양. [구윤성 인턴기자]

“꿈이란 의사나 판사, 최고경영자(CEO) 같은 특정 직업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가치있게 여기는 것, 그리고 그걸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오후 4시 서울대 신양학술정보관 4층 대회의실. 권영준(21·서울대 산업공학과3) 드림컨설턴트 대표가 ‘온라인 무빙멘토링 6기 수료식’을 시작하며 꿈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드림컨설턴트는 2010년 11월 창단된 재능기부 단체다. 학기 중에는 온라인으로, 방학 땐 2박3일간의 드림캠프와 대학탐방 행사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꿈과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교육기부 활동을 한다.

 이 자리는 지난 4월부터 12주간 진행된 온라인 멘토링을 마무리하는 행사였다. 서울대 학생 20명과 경기도 양평고 학생 20명, 강원도 진부고 학생 20명 등 멘토와 멘티 60여 명이 모였다. 대학생 1명이 고등학생 2명의 멘토가 돼서 주 1회 1~2시간 동안 멘토링을 했다.

 진부고 2학년 이주영(18)양은 “교사가 되겠다는 내 꿈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고, 1학년 최원정(17)군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과학에도 여러 분야가 있고, 그 꿈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할지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영현(18·양평고2)양은 “멘토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지 않고선 진정한 행복도 맛볼 수 없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수민(18·양평고2)양은 “스마트폰 중독 증세가 있었는데 멘토 언니가 중독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시골 학생들이다보니 접하는 사람이 적고 정보의 폭도 좁은 게 안타까워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양평고 교사 조만기(43)씨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12주 동안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던 게 캠프 등 일회성 행사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부고 교사 안국진(53)씨는 “농촌 학교는 진로 교육에서 소외돼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의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멘토링은 멘티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오히려 멘토 역할을 한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남겼다. 허민홍(25·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4)씨는 “멘토링을 하면서 나의 꿈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시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된 것들을 말해줄 수 있었던 것도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멘토링은 ‘꿈을 찾는 여행’이라는 교재에 따라 꿈·사랑·성실·정직 등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권 대표는 “멘토링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엔 ‘나도 내 꿈을 못찾았는데 다른 사람의 꿈을 어떻게 찾아줄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죠. 멘토링이란 누가 누굴 가르치는 게 아니라 멘토와 멘티가 서로의 길을 함께 찾아나가는 거라는 걸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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