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혐의 줄고 국세청으로 불똥 SK 때 김준홍도 ‘플리바게닝’ 정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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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호 05면

CJ그룹의 비자금 수사가 국세청 전·현직 고위 공무원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측 사이에 일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흔히 말하는 ‘플리바게닝’(plea-bargaining). 플리바게닝이란 수사를 돕거나 자백하는 대가로 구형량 등을 낮춰주는 유죄협상을 말한다.

검찰과 CJ ‘거래’ 있나

이재현 회장의 혐의 중 자녀 재산 편법 증여 혐의, 이미경 부회장 등이 소유한 계열사를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 공소장에서 빠진 것도 의심을 더한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언급되던 것에 비해 혐의가 너무 가볍다. 플리바게닝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돈 거래는 준 사람 쪽이 자료를 넘기지 않으면 수사가 어렵다. 국세청이 특정되는 걸 보면 플리바게닝에 대한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플리바게닝이 증거 입증이 어려운 복잡한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법조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도 플리바게닝이 이뤄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법조 관계자는 “1심에서 ‘최 회장은 관련 없다’는 증언을 한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가 생각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았고, 결국 진술을 번복했다”며 “김씨가 항소심에서 조금이라도 감형받기 위해 검찰과 ‘딜’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피고인과 비교해 김씨만 검찰 구형량이 1심보다 낮아진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리바게닝은 마약과 같은 강력 사건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지난해 3월 김명진(가명)씨는 중국에서 인천항을 통해 마약을 밀수하다 적발됐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던 김씨는 “중국으로 가 마약을 전달받아 국내 마약상과 연결해 알려주면 선처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씨는 협상을 받아들인 뒤 불구속 기소됐다.

20년간 검사로 재직했던 유혁상 변호사는 “마약과 알선수재 사건의 경우 플리바게닝이 없으면 수사하기가 힘들다”며 “수사에 협조하면 구형량을 깎고, 그것을 참고자료 형태로 재판부에 제출하면 선처해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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