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북핵 빌미 무력증강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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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위기가 고조되는데 발맞춰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도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동해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 데다 다음달에는 정보수집 위성을 발사하며, 헌법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과의 미사일방어(MD)체제 공동추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익세력의 '핵무장' 주장도 강도가 높아졌다.

◇"핵 경쟁 시작됐다"=해상자위대는 지난 14일 동해 부근에서 이지스함.특별경비대가 참여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방위청은 이에 앞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사태 대응방침'을 마련, 북한이 일본 영토.영해를 향한 미사일을 착탄할 경우 자위대를 긴급 파견키로 했다.

다음달에는 사상 최초로 정보수집 위성 2기를 쏘아올려 한반도 주변을 24시간 감시한다. 방위청은 이지스함 2대를 동해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사평론가인 효도 니소하라(兵頭二十八)는 잡지 세이론(正論) 3월호에서 "일본이 핵 보유를 포기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한국과 일본의 핵 개발 경쟁은 시작됐다. 한반도가 통일돼 한국이 핵을 보유하고 난 다음에는 일본은 핵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부추김도 작용=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위기 의식이다. 1990년대 시험발사된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포감은 아직도 짙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위기의식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종원(李鍾元) 릿쿄(立敎)대 교수는 "일본은 50년 한국전쟁으로 재무장을 하는 등 '북한 위기'를 기회로 방위력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이지스함이 미군의 대 테러전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에 파견된 것이나 일본의 MD 참여 확대도 미국의 요구사항이다. 미국이 '일본역할 확대'를 명분으로 자국 경비를 적게 들이면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 다쿠쇼쿠(拓殖)교수는 "미국 일부에서 일본 핵무장론이 나오는 것은 중국을 자극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법 개정 목소리 높아져"=李교수는 "일본의 군사능력 확대는 중국을 자극하고 한반도 정세를 경색시켜 한국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통상적인 훈련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 라디오프레스통신 이사는 "일본에는 아직도 '전쟁 알레르기'가 깊어 실제로 군사행동이나 핵무장까지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분위기로 인해 헌법개정.유사 법제 정비 주장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야당.시민단체의 반대로 실패했던 '유사 법제 정비'(전쟁 등에 대비해 각종 법률을 정비하는 일)를 올해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7일 "(전쟁.군대 보유를 금지한)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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