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존심을 파는 하루살이|『서비스·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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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명동 M바의「호스테스」12번 [미스]정(23)은 6식구의 생계를 도맡고 있었다. 그녀는 한가정의 어엿한 가장으로 M「바」를 직장으로 여기며 2년째 일해 왔지만 업주로부터 월급이나일당을 한푼도 받아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미스」황은『「팁」으로 살아가는 하루살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비유했다. 한번「테이블」에 나가 웃음을 팔고나면 손님들이 던져주는「팁」은 서울의 경우 1천원이 상례. 때로는 운좋게 몇배의 손님들을 맞을 때도 있어 한달 수입은 5만원까지도 올릴 수 있다 고했다.
이 돈으로 곗돈을 내고 여섯 식구가 살아갈 쌀값, 연탄값, 찬값, 교통비, 화장품값등을 치르고 나면 결국 하루살이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님을 접대하지 못한 날에는 한푼의 수입도 없어 차비라도 마련키 위해 허둥지둥 해야한다. [미스] 황은 한달에 2∼3만원이라도 [팁] 아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월급제를 실시한다면 근무에 보람을 느끼겠다고 했다.
서울의 유흥가에서도 A급으로 꼽히는 U[나이트·클럽]에 적을 둔「미스」곽(25)의 경우도 [팁]의 쑥스러움은 마찬가지라 했다.
그가 한번에 받는「팁」은 최하 3천원.
선심 잘 쓰는 손님을 만나거나 어지간히 기분을 맞춰주면 1만원까지 선뜻 집어주는 술꾼 도 있더라고「미스] 곽은 털어놨다 언뜻 보기에는 엄청난 벌이 같지만 그녀에게는 또 그만한 지출이 어쩔 수 없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미스] 곽은 그 「인기」라는 것 때문에 한벌에 1만원씩이나 하는 사치스런 옷들을 10여벌씩이나 마련해 놓고 매일같이 갈아 입는다고 했다.
[웨이터]나 [멤버]의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또 한달에 7∼8천원씩을 그들에게 상납해야하고-. 하루살이의 세계에도 상납의 풍조만은 여전하다는 것이 그녀의 말.
이리저리 따지고 보면 사치스런 옷차림의 [미스]곽도 적자인생 이기는 마찬가지.
박분이양 (22·가명) 은「방석자리」로 불리는 요정의 접대부. 재작년 여름 한해지구에서 무작정 상경, 신문의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이 접대부 소개소였다.
부모 몰래 고향을 등진 박양은 우선 소개소 아줌마의 호의(?)로 몇가지 화장품을 얻어 쓰고 한복 4벌을 사입을 수 있었다. 요정의 주문전화를 받고 나가 하룻저녁 술잔을 따르는 봉사료는 술값에 포함되는 액수가 1천5백원. 당번 손님의 [팁]까지 합치면 하루 저녁에 2천5백원∼3천원의 벌이가 됐다.
그러나 며칠뒤 소개소 아줌마는 처음에 선심쓰듯 해주었던 옷과 화장품 값이 6만원이라고 알려왔다.
이때부터 박양은 이잣돈 6백원, 소개비 5백원, 방값 2백원, 식비 2백50원씩을 소개소 아줌마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갚아야 했다.
포주들의 이같은 착취행위가 직업여성들의 자립을 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서비스·걸]가운데도「터키」탕의「붐」을 타고 이색직업으로 등장한『때미는 아가씨』는 보증금만도 자그마치 80만원∼1백만원.
H호텔의「터키」탕에서 일하는 B양(25)은 한번에 받는 [팁]이 펑균 3천원이다. 때를 미는 일외에도 마사지라고 불리는 괴상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손님에게는 또 1∼2천원의 [스페셜·팁]을 더 받는다고 말했다. B양의 하루 수입은 평균 1만원.『돈벌이는 잘되지만 이보다 더 천한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B양은 우울해 졌다.
한달수입 30만원이 넘는 B양이든, 5천원의 월급을 받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당해야하는 여차장 김양이든간에「서비스」업을 택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제도를 개선해서『인간의 대우를 받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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